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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양성 교육 ‘녹두꽃 집강소’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양성 교육 과정 ‘녹두꽃 집강소’가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교육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신순철)이 주관하고 전북특별자치도가 후원한 사업으로, 역사와 현장을 아우르는 전문 해설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첫 시도였다.

▲ 4월 2일 교육 - 부안 백산성
1개월간 이어진 이론과 현장의 만남
이번 해설사 양성 교육 과정은 총 1개월간 진행되었으며, 교육생들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배경부터 주요 인물과 사건, 지역별 혁명 전개 양상까지 폭넓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교육 과정은 단순한 강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현장 답사와 실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해설사로서의 실질적인 해설 능력과 현장 대응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다.
강의에는 동학농민혁명 연구의 권위자인 신순철, 조재곤, 배항섭, 정성미 교수 등이 참여하여 깊이 있는 이론 교육을 제공하였고, 문병학 전 기념재단 기획운영부장과 이병규 연구조사부장 등 30년 이상 관련 기념사업에 몸담아온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 답사를 이끌며 실제 해설 노하우를 전달하였다. 현장 교육은 정읍 황토현을 중심으로 고부봉기지, 무장기포지 등 주요 유적지를 포함한 답사 위주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으며, 참여자들은 이론과 현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학습할 수 있었다.

▲ 3월 31일 이론 교육
교육생들의 뜨거운 반응 “자긍심과 책임감을 함께 배웠다”
해설사 양성 교육에 참여한 교육생들은 이번 과정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몸소 느끼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한 교육생은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 지식보다 훨씬 깊고 구체적인 내용을 배우면서 동학농민혁명이 단순한 지역사나 민란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품어야 할 민주주의와 민중 의식의 출발점임을 깨달았다”며 “지역 주민으로서도 자긍심이 생겼고, 앞으로 해설사로서 그 의미를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해설사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의 매개자라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며 특히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4월 9일 교육 - 김제, 원평집강소
첫 인증서 수여, 역사 해설의 새 지평을 열다
교육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시나리오 작성과 시연 평가를 포함한 실전 응용 과정이 진행되었으며, 이를 모두 통과해야만 정식 수료가 가능했다. 총 24명의 이수생 가운데 이 과정을 통과한 14명이 수료생으로 선정되어, 전문 해설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수료생들에게는 지난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을 맞아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인증서’가 수여되었다. 이는 해당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친 교육생들에게 전문성을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첫 사례로, 동학농민혁명 해설의 질적 도약을 예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기념재단은 이번 교육 과정을 계기로 매년 정기적인 해설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연 1회 이상의 보수교육을 통해 해설사의 전문성과 최신 역사적 이해를 지속적으로 향상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초·중·고등학생 및 일반 탐방객을 위한 맞춤형 해설 프로그램을 더욱 내실 있게 구성하여, 교육적 효과와 역사 체험의 질을 높일 예정이다.

▲ 4월 15일 교육 - 삼례봉기 역사광장
재단의 비전: 지역과 세대를 넘어, 역사 해설의 거점으로
신순철 기념재단 이사장은 “이번 교육을 통해 양성된 전문 해설사들이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방문하는 탐방객들에게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와 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해설사들이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교육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전했다. 또한 재단은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을 통해 해설사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향후 전남, 충남, 경남 등 인접 지역에서도 동학농민혁명 해설사 교육 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에 배출된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들은 지역의 역사 자산을 지키고 확산하는 소중한 인적 자원으로, 앞으로 다양한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이번 첫걸음이 전국적인 역사 해설 네트워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인증서 수여식
녹두꽃 집강소
제1기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양성 교육 과정
구분  | 주제 및 내용  | ||||
교육  | 일자  | 강의명  | 강사명  | ||
1차  | 지식교육  | 이론  | 3.31.(월)  |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의 역사  | 신순철  | 
동아시아의 정세와 청일전쟁  | 조재곤  | ||||
동학농민혁명의 전개 과정과 역사적 의의  | 배항섭  | ||||
4.1.(화)  | 19세기 호남지역  | 박정민  | |||
19세기 조선 사회  | 정성미  | ||||
현장  | 정읍지역 답사 1) 무명동학농민군위령탑 2) 사발통문 작성지 3) 동학혁명모의탑 4) 전봉준유적 5) 황토현전적  | 문병학  | |||
2차  | 지식교육  | 현장  | 4.7.(월)  | 고창, 부안지역 답사 1) 전봉준 생가터 2) 무장읍성, 무장기포지 3) 선운사 마애불 4) 부안 동학농민혁명군 백산대회지  | 문병학  | 
3차  | 지식 교육  | 현장  | 4.9.(수)  | 김제, 전주지역 답사 1) 원평집강소 2) 전라감영 3) 전주동학농민혁명녹두관 4) 완산칠봉 전주입성비  | 문병학  | 
4.10.(목)  | 남원지역 답사 1)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요천 표지석 2) 광한루원 3) 교룡산성, 선국사, 은적암터  | 문병학  | |||
4차  | 지식교육  | 현장  | 4.15.(화)  | 완주지역 답사 1) 삼례봉기 역사광장 2) 대둔산 3) 충남 금산군 진산 방축점  | 이병규  | 
5차  | 안전교육  | 이론  | 4.19.(토)  | 안전교육  | 대한적십자사전북특별자치도  | 
공감교육  | 스피치교육  | 박정순  | |||
6차  | 실전응용  | 평가  | 4.29.(화)  | 시연 평가  | -  | 
수여식  | 5.11.(일)  | 인증서 수여식  | -  | ||
역사의 숨결을 전하다
: 동학농민혁명 해설사 이야기
제1기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양성 교육 참여 소감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최재훈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로의 첫걸음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문화관광 해설사 최재훈입니다. 지인의 소개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양성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되었으며, 일련의 교육과 시연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관심도 깊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교육 과정을 거치며 안타까운 역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고, 아픈 역사를 배워 전하는 일이 제게도 의미가 있다고 느껴 그때부터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잘 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 국가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이해하는 시민의식이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필요할 때 평화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진정한 시민의식이며, 이것이 우리 모두를 지켜주는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로 131년이 지난 지금도 동학농민혁명이 주는 가르침은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체계적인 교육 과정과 인상 깊었던 화법 강의
교육 과정은 매우 체계적으로, 이론과 현장 방문이 조화를 이루는 명강의의 연속이었습니다. 덕분에 동학농민혁명의 전개 과정과 핵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론 시간이 좀 더 많고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졌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든 강의가 훌륭했지만, 특히 마지막 과정인 화법 교육이 인상 깊었습니다. 언어 예절, 바른 자세, 명확한 발성, 학생들과의 소통 방법, 적절한 언어 선택 등 전문 해설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배울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으며 마치 지식에 ‘갑옷’을 입혀주는 듯한 강의였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동학농민혁명의 숨결
이론 못지않게 현장 교육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중에서도 세 곳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백산성, 민중의 결집
첫 번째 장소는 부안 백산성입니다. 해발 47미터에 불과하지만, 사방이 탁 트인 전략적 요충지로, 약 8천 명의 동학농민군이 흰옷에 죽창을 들고 모였던 곳입니다. “앉으면 죽산(竹山)이요, 서면 백산(白山)”이라는 말이 전해지는 곳으로, 그 자리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웅장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 부안 백산성 동학혁명백산창의비
원평집강소, 민중 자치의 첫걸음
두 번째 장소는 원평집강소입니다. ‘동록개’라는 백정이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자기 집을 헌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 많은 민초의 간절한 염원이 가슴 깊이 전해졌습니다. 원평집강소는 1894년 여름, 정부와 동학농민군 사이에 맺어진 전주화약과 이에 따른 관민상화 원칙에 따라 전라도 53개 군현에 설치한 민정자치기관 중 하나입니다. 수천 년 동안 지배 대상이던 기층 농민들이 직접 통치권력을 행사한 매우 뜻깊은 일이며 이곳이 그 장소 중 한 곳입니다.
녹두관, 이름 모를 용사의 늦은 귀향
세 번째 장소는 완산칠봉의 녹두관입니다. 무명의 동학농민군을 기리는 추모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모셔져 있습니다. 일본으로 불법 반출되었다가 100여 년 만인 1996년 5월 봉환되었고, 2018년 5월 완산 전투지에 조성된 녹두관에 안치되었습니다. DNA 추적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후손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였고, 사망한 지 120여 년 만에 무덤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름조차 남지 않은 한 무명용사를 기리는 그 노력을 보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애잔함과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준비된 노력과 뜻깊은 경험, 시연 평가
시연 평가 과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연 평가를 위해 발표하고 싶은 주제와 장소를 선정해 시연 발표 자료를 준비하라고 미리 알려주어 저는 제가 사는 익산과 가까운 삼례봉기를 주제 삼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우리말 시연자료와 영어 시연자료를 준비했습니다.
평가 당일에는 추첨을 통해 한 곳 더 특정 장소에 대한 해설을 즉석에서 준비해야 했습니다. 운 좋게도 미리 관심을 두었던 장소를 선택해 비교적 여유 있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곳의 발표 자료를 준비해 입장했고 심사 위원이 권고한 주제와 시작 알림에 따라 저는 먼저 영어로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시연이 1분 남은 상황에서 심사 위원 중 한 분이 영어로 마무리 인사말을 요청했을 때는 영어 인사말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고 마지막 인사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의 학교를 찾아 동학농민혁명을 설명했습니다. 잘 들어주어 고맙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여러분과 제가 그 현장을 함께 방문해 동학농민혁명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느끼기를 바랍니다.”
과거를 전하고 미래를 밝히는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심사 위원들의 긍정적인 평가 덕분에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 1기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역사를 이해하려면 그 시대에 살아 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발생 경위, 진행 과정, 그리고 그 결과까지 하루하루를 그때로 돌아가 세세하게 알아가고 확인하며 충실히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해설 대상의 눈높이에 맞춰 적절하고 간결한 언어로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어려운 과제도 잘 준비하겠습니다.
이제 저는 동학농민혁명 전문 해설사로서 우리 학생과 시민,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에 관심 있는 외국인에게 동학농민혁명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