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수당 없이 명예회복 없다
유족 수당 추진과 역사 인식의 부재
필자가 지난해 제·개정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전북특별자치도가 내년부터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도내에 거주하는 유족에게 수당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맞물려 "조선시대에 일어난 일에 수당을 왜 주나?", "그럴 바엔 임진왜란 의병들에게도 지급하라“ 등 시도 때도 없이 비난 전화와 문자도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로 일어난 을미의병을 최초 항일 독립운동으로 인정,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이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에 맞서 싸운 동학농민군은 단 한 건의 서훈도 받지 못했다. 굴곡진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런데 "예산은 미래를 위해서 써야지, 지나간 과거사에 쓰는 것은 낭비다."라고 동료의원마저 조언한다. 이 또한 무식의 발로다.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21C 대명천지에 그것도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한 대한민국에서 왜 계엄을 시도했을까? 무모해서다. 여기서 무모란 역사 인식의 부재다. 근현대 역사서까지는 아니어도 황정민과 정우성이 열연한 「서울의 봄」 영화 한 편만 제대로 관람했다면 계엄은 언감생심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만고불변의 역사 법칙 아니겠는가.
항일투쟁의 출발점, 동학농민혁명
'보국안민·척양척왜' 기치를 내걸고 봉기한 동학농민군은 그 병력이 약 20만 명에 이르렀다. 당시 동학농민군은 가장 강력한 항일 군대였다. 동학농민혁명은 근세 항일투쟁사에서 양국 최대 전쟁이며 출발점이었다. 이는 항일의병과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해방 후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 그리고 6·10 민주항쟁과 촛불혁명으로 솟아났다. 윤석열의 12·3 내란에 맞선 빛의 혁명은 131년 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사의 연속이다. 역사는 비약하지 않는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위대한 혁명은 반란으로 매도되었다. 의로운 행동은 역적으로 취급당했다. 그간 후손들은 버림받은 역사의 고아가 되었다.
다행히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유족의 범위를 명시하고 명예 회복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유족 수당은 제외되었다. 이는 법의 오류이자 국가의 농간이다. 참여자와 직계가족의 사후, 지체된 보상을 그 후 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역사의 책무이자 인지상정이다. 유족 수당 없는 명예회복은 헛방이다.

국가의 외면, 남겨진 후손들의 질문
유족이란 유공자의 생몰 시기와 밀접하다. 동학농민혁명 유공자는 독립유공자보다 한 세대 위다. 법률에서 증손자녀를 초과한 경우는 '동학특별법'이 유일하다. 현재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유족의 경우, 친족간 유족이 존재한다. 따라서 다른 유공자처럼 유족 대표를 선정하는 것은 유족 간 분란과 갈등의 소지가 다분하다.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유족 수당 금액은 정읍시의 경우 등록된 모든 유족에게 월 10만 원, 연 1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유족 전체에게 연 50만 원 지급을 추진 중이다. 생색이다. 이는 지역 간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여 주고도 욕먹을 게 뻔하다. 동학농민혁명은 지역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사에 빛나는 인류의 자산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그 발생지이고 도민은 그 후예다. "모든 혁명은 불평등의 소산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신분사회 폐지 등 평등사회를 지향하며 봉기한 혁명의 유족이 불평등하게 수당을 받는다면 이는 혁명정신의 훼손 아닌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이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지난 6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다. 이 땅의 자주와 독립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서훈조차 받지 못하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그 후손들은 어쩌란 말인가.
늦었지만 전북특별자치도에서만이라도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을 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자 자존이다. 이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고 동학농민혁명 정신이 헌법전문에 수록되어 대한민국의 가치를 한층 높이는 단초가 되리라 확신한다.
(글: 염영선 전북자치도의회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