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단, 동학농민혁명의 혼을 찾아서 (4)
지난 이야기 – 손화중 장군은 백산을 찾아가며 동학농민혁명 당시에 대한 회상에 빠진다. 그러던 중 최경선 장군은 조덕배의 수하들이 백산에 오르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들은 급히 산을 올라 일행과 합류한 뒤 조덕배의 수하들을 퇴치할 계획을 세우고 오동단과 5대 장군이 힘을 합쳐 그들을 도망가게 만든다. 승리의 기쁨에 차 하늘을 올려다보면 태일은 나무의 홈에 들어있던 양철통에서 사발통문의 두 번째 조각을 찾아낸다. 5대 장군들은 사발통문 조각들을 모두 모아 동학농민군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오동단도 함께 손을 모아 맹세를 보탠다.
우여곡절 끝에 사발통문의 두 번째 조각을 찾아낸 오동단과 5대 장군들은 사발통문의 세 번째 조각을 찾기 위해 동학농민혁명의 마지막 전투가 펼쳐졌던 우금치 전적지로 향한다. 오동단은 사발통문의 두 번째 조각까지 찾아냈으니 남은 조각들도 모두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5대 장군의 안색이 좋지 않다. 장군들의 어두운 표정을 알아차린 태일은 그 이유를 물어 보지만, 모두들 무거운 분위기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한다. 그 때 다솜이가 다시 한 번 천진난만하게 자신보다 몇 배는 거대한 김개남장군에게 그 연유를 묻는다. “개남 아저씨 왜 그렇게 다들 표정이 어두워요?” 조용히 있던 김개남 장군은 다솜이의 해맑은 모습을 보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곳은 우리들의 마지막 격전지였단다.” 우금치는 공주에서 부여로 넘어가는 견준산 기슭의 높은 고개로 우금고개, 우금재 또는 비우금 고개라고 부르는 곳이며, 1894년 9월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과 관군⋅일본 연합군의 마지막 전투가 펼쳐진 곳이다. 전봉준 장군도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신념을 가슴에 품고 죽창을 들고 돌격했지만, 관군과 일본군이 사용하던 양총의 무차별 공격에 패배하고 말았지.” 그 말과 함께 5대 장군들의 눈시울이 하나같이 붉어지며 원통한 표정을 지었다. 오동단도 그들을 보며 자신들의 눈시울도 함께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우금치전적지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각자 사발통문 조각의 단서가 될 만한 흔적들을 찾아 나섰다. 아이들은 각자 한 명의 장군과 함께 산기슭에서 오래된 나무 틈, 거대한 바위 사이, 무성한 초목들 사이를 둘러보며 사발통문 조각을 찾는다. 그러나 우금치전적지에서 사발통문 조각을 찾는 이들은 오동단 만이 아니었다. 조덕배의 수하들 역시 아이들을 미행해 우금치전적지에 도착하여 사발통문 조각을 찾고 있다. 아이들은 조덕배 일당이 이곳까지 쫓아왔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분주히 단서를 찾아 헤맨다. 그러던 중 다솜이가 숲속에서 우연히 산토끼 한 마리를 발견한다. “와, 토끼다!” 다솜이는 도망가는 산토끼를 따라가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깊숙한 숲까지 들어가 버린다. 그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다솜이의 등 뒤를 덮쳤고, 다솜이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조덕배 일당에게 붙잡히고 만다. 나머지 아이들은 사발통문 조각을 찾는데 정신이 팔려 다솜이가 사라진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던 중 태일은 언덕저편에서 작은 폭포 하나를 발견한다. 물줄기가 거세지 않고 눈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모습의 폭포는 마치 오래전 이곳에서 벌어졌던 슬픈 역사를 한탄하는 듯 하다. 폭포를 본 전봉준 장군은 의심스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원래는 이곳에 이런 폭포가 없었는데, 아마 우금치 전투 당시 일본군의 포격으로 지형이 바뀌어 만들어진 것 같구나. 그리고 안에서 어두운 기운이 스며 나오는 것이 의심스러우니 한 번 들어가 조사해 보는 것이 좋겠구나.” 태일은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폭포로 향한다. 태일은 뼈에 스며드는 듯한 차가운 폭포수에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성큼성큼 폭포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그곳에서 폭포 맞은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은 태일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어둡고 암울한 인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는 태일에게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건낸다. “야, 넌 왜 이런 귀찮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에 재미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물에 비친 태일의 분신은 갖은 부정적 말들과 모습을 보여주며, 태일을 현혹한다. 그것을 보고 잠시 혼란에 빠졌던 태일은 5대 장군들이 들려주고 보여주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힘차게 주먹을 쥐어 자신의 앞에 비추어진 가짜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그 순간 폭포에 비친 태일의 모습은 사라지며 그 너머로 작은 동굴이 보인다. 태일은 가지고 왔던 손전등으로 앞으로 비추며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동굴의 입구는 태일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지만 내부로 갈수록 그 크기가 점점 커져 가다 마지막에는 집 한 채는 들어갈 정도로 큰 공간과 연결되어있었다. 그 끝에는 오래전에 죽은 듯 한 유골이 일본군 복장을 한 채 누워있다. 태일은 용기를 내어 유골에 다가가 유심히 살펴보다 그 손에 쥐어진 사발통문의 세 번째 조각을 발견한다. “장군님, 여기 이 유골의 손에 문서가 있어요!” 태일은 기쁜 표정으로 황급히 사발통문 조각을 유골의 손에서 빼내려 했으나, 그의 손이 닿는 순간 갑자기 유골 주변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솟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태일을 뒤로 밀어내 버린다. 깜짝 놀라 급하게 몸을 일으킨 태일은 자신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일본군의 혼령을 보고 크게 놀란다. 일본군의 혼령은 ”내 잠을 방해하다니 용서 할 수 없다!“라며 태일에게 다가간다. 그 순간, 녹두장군은 재빨리 태일 앞을 가로막고 일본군의 혼령을 막아낸다. 적막한 동굴 속, 두 혼령의 대결은 차가운 쇠가 부딪히는 파상음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몇 합을 겨루더니 일본군 혼령은 전봉준 장군에게 “너희들은 이곳에서 패배했고 지금도 패배할 것이다”이라고 말하고 강하게 일본도를 휘두른다. 전봉준 장군은 그 일격을 받아내다 돌맹이를 밟고 중심을 잃어 뒤로 넘어지고 만다. 그리고 일본군의 혼령은 쓰러진 전봉준 장군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날린다. 그 순간, 태일이 뛰어나와 그 앞을 가로 막았다. “안 돼~!” 차가운 일본도가 태일의 가슴을 꿰뚫었다. 혼령의 공격이기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태일은 혼이 빠져 나가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그 모습을 보고 격분한 전봉준 장군은 검을 집어 들어 일본군의 혼령에게 일격을 가한다. 일본군 혼령은 전봉준 장군의 검을 맞고 연기처럼 사라지고 백골은 부스러져 가루가 된다. 전봉준 장군은 쓰러진 태일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아직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은 어린 것이……, 태일이 네가 보여준 그 용기가 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르겠구나.” 전봉준 장군이 자신의 손을 태일의 가슴에 대고 눈을 감자 둘의 사이에 환한 빛이 감돌며 전봉준 장군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지고 태일의 얼굴에는 생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봉준 장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태일이 마침내 눈을 뜬다. 태일은 자신이 쓰러진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채, 앞에 놓인 사발통문의 세 번째 조각을 주워들고 “장군님, 여기 조각을 찾았어요!”라고 외치지만 전봉준 장군은 그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불안감을 느낀 태일은 재빨리 동굴에서 빠져 나와 주변을 탐색하고 있던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아이들과 나머지 장군들에게 설명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덕명 장군이 태일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장군님은 용기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의지를 맡기신 것 같구나….” 김덕명 장군은 전봉준 장군이 자신의 마지막 남은 힘을 건넴으로써 태일을 살려내고 무의 존재로 돌아갔음을 말해 준다. 그 말을 들은 태일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의 무력함을 탓하며 손에 쥐고 있던 사발통문 조각을 땅에 내팽개친다. 그러던 중 호동이는 주위를 둘러보다 “그런데 다솜이는 왜 안보이지?”라고 말한다. 그 순간 다솜과 함께 있던 김개남 장군이 나타나며, 다솜이가 조덕배 일당들에게 납치되었음을 알린다. 상황을 전해들은 오동단은 다솜이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하지만 태일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주저앉아 있다. 그 때 김개남 장군이 태일에게 다가와 온 숲이 울릴 듯 우렁찬 목소리로 말한다. “꼬마야, 장군님은 너에게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모두 맡기셨다. 그걸 똑똑한 네가 모를 리는 없을 거야, 지금은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다.” 그제야 태일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오동단 일행은 다솜을 찾기 위해 나선다. 그때 그들 앞에 다솜이를 붙잡고 있는 조덕배 일당이 나타난다. 조덕배 일당은 여자아이를 돌려받고 싶으면 순순히 사발통문의 조각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태일은 더 이상 누군가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다솜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발통문의 세 번째 조각을 조덕배 일당에게 넘긴다. 하지만 조덕배 일당은 다솜이를 풀어주기는 커녕 조각을 받자마자 아이들을 공격하려 한다. 그 순간 지금까지 혼령으로만 존재하던 장군들이 그들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5대 장군들은 이승에서 단 한번 자신의 모습을 강림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 강림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4명의 장군들은 조덕배 일당들에 맞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빨리 이곳에서 도망치라고 말한다. 오동단은 그곳을 벗어나 재빨리 산을 내려갔지만, 산 중턱에서 나머지 조덕배 일당과 마주쳐 태일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도 조덕배 일당에게 붙잡히고 만다. 혼자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한 태일은 조덕배 일당을 물리치고 돌아온 네 명의 장군과 만나 나머지 아이들 역시 조덕배 일당에게 붙잡혀 간 것을 이야기한다. 김덕명 장군은 태일에게 “태일아,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이 위기를 너 혼자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한다. 하지만 넌 결코 혼자가 아니다. 네 옆에는 항상 우리들이 있을 것이다. 용기를 내거라.”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준다. 태일은 홀로 아이들을 구하고 빼앗긴 사발통문 조각들을 되찾기 위해 적의 아지트인 조덕배의 집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