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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 14호
문일평의 동학혁명론

  문일평의 동학혁명론


한국사학연구소장 노용필


  문일평의 역사 해석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가 1894년 이후 채 30년도 지나기 전인 1923년의 시점에 벌써, 한국에서 어느 보다도 가장 먼저 이를 ‘동학혁명’으로 규정하였음은, 연구사에서도 크게 주목해 마땅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다만 그가 주창한 바는 전봉준을 상민으로 보고, 그러한 전봉준이 주도한 동학란을 ‘계급투쟁설’에 입각해서 ‘동학상민혁명’이라 규정하려는 것이기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다.

 


  문일평(文一平,1888-1939)은 대표적인 민족주의 한국사학자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일제시대에 ‘조선심(朝鮮心)’을 내세우며 ‘조선학(朝鮮學)’의 정립을 주창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신문에 많은 역사 관련 글을 쉽게 써서 게재하여 한국사학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였음으로 해서, 중고교 학생들의 교과서에는 물론이고 대학생들의 개설서에서도 꽤 상세히 다뤄지는 인물인 것이다. 그러한 그가 일찍이 1923년에 「조선과거의 혁명운동」이라는 글을 발표하여, 한국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혁명으로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을 꼽고 있다는 사실은, 하지만 지금껏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일평의 한국사학 자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도 간혹 그러하지만, 그간에 ‘동학농민전쟁론’ 혹은 ‘의거론’ 등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자신들의 논지를 다지기 위해 기왕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분석한 글에서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언급하고 있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단적으로 종래의 모든 연구 성과를 거론하며 가장 치밀한 분석을 한 유영익(柳永益)의 『동학농민봉기와 갑오경장』(일조각,1998)과 조경달(趙景達) 지음, 박맹수 옮김의 『이단의 민중반란-동학과 갑오농민전쟁 그리고 조선 민중의 내셔널리즘』(역사비평사,2008)에서조차도 아예 그러하다.


  이 「조선과거의 혁명운동」에서 문일평은 맨 첫 문장으로 “조선에도 혁명운동이, 왕위쟁탈 이외에 계급쟁투가 존재한 것은 아무리 은휘(隱諱)하려 해도 은휘할 수 없는 역사상의 사실이다.”고 밝힌 후에, “그 반항의 도는 강압의 도를 따라 제1차 반란보다 제2차 반란이 더욱 격렬하였고 제3차 반란보다 제4차 반란이 더욱 격렬하였다”고 설파하였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제1․2차 반란은 고려시대의 만적(萬積)의 난과 충주(忠州) 관노(官奴)의 난을, 제3․4차 반란은 조선시대의 홍경래(洪景來)의 난과 동학의 난을 각각 일컫는 것임을 앞뒤에서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잘 알 수가 있다. 문일평은 이렇듯이 ‘반란’ 혹은 ‘난’이라는 용어를 함께 구사하기도 하면서, 이들을 동시에 ‘혁명’으로 규정하여 논하고 있는 것인데,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전봉준은 본래 상민계급의 출생으로 동학에 귀의한 일인(一人)이니 체구는 비록 단소하나 그 정한(精悍)한 기상과 열렬한 정신과 출중한 지모와 비범한 재식이 참말 파격적 호걸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 때에 양반계급에서 어육(魚肉)된 상민계급의 참화가 날로 익심하여 민요가 봉기함을 보고 이 호걸이 크게 비분강개하여 스스로 민중의 선두에 서서 진퇴를 지휘하여 마침내 동학란이란 대파란을 권기(捲起)하니 이 곧 상민계급의 제2차 혁명운동(계급쟁투의 제4차 난)이다”


  문일평이 조선시대의 혁명으로서 홍경래의 난과 동학의 난을 평가하면서, 둘 다 양반계급에 대한 상민계급의 혁명운동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글에서 그가 ‘계급쟁투’라고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계급투쟁’을 이르는 것이고, 이것은 물론 사회주의의 역사이론에 영향을 받은 것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일평의 역사 해석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가 1894년 이후 채 30년도 지나기 전인 1923년의 시점에 벌써, 한국에서 어느 보다도 가장 먼저 이를 ‘동학혁명’으로 규정하였음은, 연구사에서도 크게 주목해 마땅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다만 그가 주창한 바는 전봉준을 상민으로 보고, 그러한 전봉준이 주도한 동학란을 ‘계급투쟁설’에 입각해서 ‘동학상민혁명’이라 규정하려는 것이기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다.


  며칠 지나지 않으면 밝아올 2014년은 1894년 이래 두 갑자, 곧 12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리기 위한 굵직한 행사가 여럿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기념 학술 모임이 국제적으로도 번듯하고 내면적으로도 알차게, 그래서 나중에 봐도 후회 없도록 참으로 잘 꾸며지리라 굳게 믿는다. 이미 몇 차례 보아왔듯이 발표자 자신이 한참 전에 쓴 기왕의 글이나 적당히 우려내 양산해내는 그런 학술대회가 아니라, 앞서 살핀 바 문일평의 동학혁명론과 같이 그간 세간에 묻혀 전혀 눈길조차 받지 못해, 되레 참신해 보이는 그런 학문적 성과들을 발굴해 재음미해보는 자리라도 한바탕 제대로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저자 소개

  가톨릭대학교 연구교수 및 전북대학교 HK교수 역임, 한국사학연구소 소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동학사와 집강소 연구」 「한국근현대사회사상사탐구」 등 저서 9권, 역서 2권. 편저「 한국중국역대제왕세계연표」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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