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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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13호
황석영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황석영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강이나 바다에서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곳’이 여울의 사전적 의미다. 그리고 이는 작가가 바라보는 19세기 현실의 모습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그 당시의 세파에 정면으로 맞부딪혔지만 삶의 애환 속에서도 멋과 풍류를 즐겼던 악사, 소리패, 광대, 전기수 등이다. 이들의 소리 하나하나가 굴곡진 세상에 울려퍼지던 여울물 소리이며, 그중 가장 세차고 억세게 흐르던 물줄기가 바로 동학농민혁명일 것이다.



  이야기꾼을 쫓는 여인


  무언가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꾼으로 전국을 누비다 묘한 인연으로 천지도(동학)에 입도하게 되는 이신통을 내세운다. 그리고 그를 뒤쫓는 아내 연옥의 눈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즉, 이신통이 보고 겪은 사건을 연옥이 추적해가며 되새기는 것이다. 이 되새김은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19세기 말을 바라보며 현실의 만만치 않은 무게를 우리에게 담담히 들려준다. 임오군란, 청일전쟁, 제물포조약, 동학농민혁명 등 굵직한 시대의 씨줄에 개인이라는 날줄들이 절묘하게 얽혀 들어가 짜여 만들어진 것이 이신통이 겪고 연옥이 듣게 되는 시대의 모습이었다.



  시대를 흐르다


  이신통은 서자로 태어난 신분적 한계를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자신을 검증해 보고자 과거를 치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나 객주에서 마주친 서일수 통해 그것이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관직의 꿈을 버린다. 그리고 이야기꾼의 재주를 살려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등 여러 모습으로 전국을 역마살이 붙은 것처럼 떠돌며 고통과 상처투성이인 근대를 보여준다.

 

  흘러흘러 그가 마지막으로 당도한 것은 ‘사람이 하늘이다’라고 선언하여 시대를 뒤흔들었던 천지도(동학)였다. 그것은 그를 안주하지 못하게 했던 부패한 세상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가온 희망이며 시대의 가장 빠르고 세찬 여울물이었다.



  동학과 동학농민혁명


  엄격한 신분제도로서 유지되는 유교적 세상에서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놀랄만한 선언을 했던 동학의 출현은 그야 말로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집히는 사건이었다. - 작가의 말 中


  또한 작가는 이러한 생각을 말했던 최제우 선생과 그러한 사상을 평생 동안 도망 다니며 실천하고 퍼뜨렸던 최시형 선생 역시 큰 이야기꾼이었다고 언급한다. 이들이 이야기꾼으로서 시대를 이끌어 나갔고, 그 이야기는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새로운 물줄기가 흐르는 계기가 되었다.


  이신통은 우금치전투에 참여하여 허벅지에 총상을 입고 목숨만 겨우 부지하여 연옥을 찾아온다. 상처가 아문 뒤 그는 다시 천지도(동학)에 목숨을 바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에게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던 것이다.



  소설 속에서 동학은 ‘천지도’로, 전봉준 장군은 ‘김봉집’으로, 최제우 선생과 최시형 선생은 ‘최성묵’과 ‘최경오’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너무나 사실적인 역사의 재생을 어느 정도 피하기 위하여 인물의 이름을 몇 자 바꾸거나 자와 호 또는 변성명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대를 바로 보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시의 사건과 인물들의 행적, 그들이 했던 말은 왜곡이나 변형 없이 인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이면 시대를 흘러온 지 120주년이 되는 동학농민혁명의 여울물이 용솟음치기를, 그리고 작가의 바램처럼 고통과 상처투성이의 ‘근대’가 마감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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