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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 9호
이원구 장편소설 『백년간의 비밀』

  이원구 장편소설 『백년간의 비밀』 



 

  전 국어교사, 그리고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동학농민혁명 유족회 대의원인 이원구 작가가 신작소설 『백년간의 비밀』(화남출판사)을 출간하였다. 이가 주목받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동학농민혁명 관련소설을 참여자 유족이 집필한 최초의 사례라는 것이며, 두 번째 이유는 내용과 형식의 특수함 때문이다.



  작가의 분신, 신혁


  은하에서 웃던 요괴한 샅별이 화성에서 활활 타, 쑥국대에 까마귀가 앉아서 멧새들을 떼로 물어 죽인 갑오년, 노간주나무 횃불 든 동학군 외고조부님, 공주 곰나루 우금치 끝내 못넘고 총을 맞은 외고조부님, 밤 피리로 들풀태우던 논두렁 기나긴 역촌 삼례 근처 진봉에 뫼터 잡아 놓았으니……. 밤마다 나르는 박쥐 떼, 도는 수리들을 복병 쏘듯 시우쇠 화살촉으로 쏘셔서 심고하여 지키시고 따로 감춰놓은 주문으로 궁뜰 외갓집에 드리운 피 묻은 도포자락 당신의 잘린 그림자를 거두어 가시고, 흉년든 자손들 마음 비친 청수 사발에 복성 목성 뜬 가을 하늘 뫼시게 하시소서. - 「조선해원」 이원구


  위의 시는 백년간의 비밀에 수록된 시 한수이다. 이 시는 『궁뜰 외할머니네 이야기』라는 시집에 수록된 것으로 이원구 작가의 작품이다. 소설의 작중인물인 신혁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유족 심사를 위해 심사관들에게 제출한 자료중 하나이며, 이원구 작가 역시 같은 심사를 위해 위의 시를 제출했다.


  이러한 일치가 나타나는 이유는 작품 속 신혁이라는 인물이 바로 작가 자신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작품으로 들어가기 전 작가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허구적인 상상보다는 사실에 충실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100여 년 간에 걸친 가족사를 서술하는 소설이라면 그것은 분명 역사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작가가 사실을 기반으로 소설을 집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작가는 탐정이 범죄의 흔적을 추적하여 범인을 체포하듯 역사의 흔적을 찾아내어 사실을 밝혀 나가는 역사 추리소설식의 창작방법론을 택했다. 그리고 그 역사추리 탐정의 자리에 신혁을 내세워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르포르타주 기법을 활용하다


  작가는 증언을 기초로 문헌자료에서 그 내용을 검토하고, 현장답사에서 재확인하여 과거 100년 동안에 일어난 사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과거를 복원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에 대해서 역사학자가 문헌사료, 물질사료, 전승사료로 역사를 기술하듯이 자신도 서적탐구, 현장답사, 증언의 방법을 동원하여 소설을 집필하였다고 말한다.


  보통 소설가들이 집필에 사용하는 방식은 허구를 바탕으로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원구 작가는 자신의 식견(識見)을 배경으로 해당 사실에 대해 심층취재하고 관찰하는 형태로 집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설의 방식을 르포르타주 기법(기록문학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서사시『일리아드』를 토대로 터키에서 트로이문명을 발굴한 고고학자 쉴리이만, 구약성경의 니느웨, 시날이란 지명이나 노아의 홍수, 바벨탑의 전설을 근거로 바빌로니아와 수메르의 고대문명을 발굴한 고고학자들과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뿌리』에서 해답을 찾다


  특히 작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흑인 작가 알렉스 헤일리가 쓴 『뿌리』라는 책이었다. 헤일리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사실로 믿고 그것을 토대로 직접 서아프리카 감비아 주프레 마을을 찾아가 천신만고 끝에 17살 때 사냥꾼에게 사로잡혀 미국에 노예로 팔린 쿤타킨테가 자신의 7대조 할아버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마을의 원로가 자신들의 역사에 대하여 대대로 전승하여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헤일리는 미국으로 돌아와 모계의 200년에 걸친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르포르타주 소설로 재구성하여 미국 흑인노예들이 짐승처럼 학대받은 것을 폭로했고, 이는 전 세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작가는 이러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였던 외고조부의 명예를 외가에 전승된 영웅담을 바탕으로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외가에서 어려서부터 집안내력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그의 외고조부는 동학농민혁명당시 백마를 타고 열두 명의 하인을 거느린 채 봉기에 참여하였으나 일본군의 총에 맞아 부상당하고, 장수에서 결국 처형당하였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작가가 제시한 것이 위에서도 언급한 「조선해원」인 것이다. 어찌 보면 이 또한 전승되는 이야기를 근거로 하였으므로 르포르타주적 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을 위한 심사에서 외고조부의 명예회복에 이 시가 가장 결정적인 근거자료로 작용한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일이다.



  동학농민혁명을 넘어…….


  작가는 장편소설을 작업을 했던 5년의 시간동안 동학농민혁명이 120여년이나 흐른 뒤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인간의 지배욕과 허위의식을 폭로하고 고발하여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 탐구하고자 했다. 그래서 흥부와 놀부, 춘향과 변학도 같은 아름답고 추악한 핏줄이 대를 이어 전형적으로 등장하여 지금도 민초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현실을 증명하려고 했다.


  장편소설 『백년간의 비밀』은 전북지방의 수난사이며, 동학농민혁명군 후손의 가족사이며, 처참하게 희생된 30여만 명의 동학농민혁명군, 연좌제와 궁핍으로 비루한 생을 걸머진 그 후손들의 100여 년에 걸친 고난과 항쟁,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여 그 명예를 회복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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