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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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겨울 6호
아름다운 가족, 아름다운 오늘

  아름다운 가족, 아름다운 오늘 

  

동학농민혁명유족회 대의원 이원구 


  눈 내리던 12월 9일 이른 아침, 용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시집부터 교육 에세이집, 장편소설로 이어지는 창작 활동. 그리고 퇴임 후 대안학교와 중동 지방의 신화를 연구하고 있다는 이원구 유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역에서 먼저 악수를 청하는 짙은 눈썹의 신사를 만날 수 있었다. 소재를 넘나드는 그의 다양한 관심사를 알고 있었기에 5시간의 인터뷰 시간이 짧음을 아쉬워했다.



문) 이미 유명하신 분이시지만, 더 많은 독자에게 본인 소개의 시간을 드리고 싶습니다. 


답) 1946년 전북 삼례에서 태어나서 전북대학교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한 이원구입니다. 전북 김제 만경고와 서울 휘경여중에서 35년 동안 국어를 가르쳤죠. 저는 시인이나 수필가, 혹은 소설가라기보다는 국어 선생입니다. 그래서 시, 자서전, 인문평전 쓰는 법 같은 실용적인 책도 썼어요. 그러다가 외환위기와 교육개혁을 겪으면서 마움을 다스리기 위하여 통째로 혼들렸던 삶과 교육을 되돌아보고 그걸 교육 에세이에 담았어요. 그리고 구체적인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장편 소설 두 권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문) 이원구 작가님은 동학농민혁명과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답) 학창시절 어느 명절 때였던가요, 외할머니께 왜 고조 할아버지의 묘가 없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마침내 털어놓으시더군요. 나주 임씨, 임병천(족보 명 임병옥)… 전북 장수지역의 부유한 유림이었던 고조할아버지는 동학농민군 주동자로 활동하셨대요. 외삼촌들도 '자기 증조부의 묘가 장수에 있는데 그 사실을 알면 위험하니 묻지 마라,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셨.다'라고 말을 아꼈어요. 나중에 큰이모로부터 1894년 갑오년 11월 하순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다가 장수 근처에서 진압군의 총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외고조모님은 밤에 장수 노하리 앞산에 남편을 암매장하고 두 아들과 함께 고부군 덕천면 신월리로 피신해 살았다고 합니다. 



문) 외가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를 장편소설 「아름다운 가족」으로 엮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답) 돌아가신 큰이모는 자기 증조할아버지의 묘를 찾는 것이 평생소원이었습니다. 저는 불행한 외가를 위로하고 해원하려고 1986년에 『궁뜰 외할머니네 이야기』라는 장편 서사시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설은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겠네요. 


조상님 네, 원통한 땅 파먹다 옥사(獄死)들 한 조상님 네, 눈꼴신 놈들 허리끈 끊다 객사(客死)하여 남의 산이라 눈 못 감으신 외고조부님 / (중략) / 노간주나무 횃불 든 동학군 외고조부님 공주 곰나루 소 못 넘은 우금치 조상님 네, 밤 피리로 들불 태우던 논두렁 길게 긴 역촌 삼례 뒷산에 뫼 터 잡았으니, 조상님 네 

- 시집 『궁뜰 외할머니네 이야기』 「조상 해원(祖上 解冤)」 중에서 



문) 이원구 작가님의 소설은 서술과정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가족」의 줄거리를 들려주세요. 


답) 한마디로 역적으로 몰려 처참하게 희생된 동학농민혁명군들, 그 후손들이 가난과 연좌제로 100여년간 당한 수난과 항쟁, 그리고 동학농민혁명군의 명예를 회복한 이야기입니다. 제 작품은 주인공이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는 일종의 역사추리 소설입니다. 집안에 쉬쉬 내려오던 구전에 의지해 동학농민혁명 유족 신청을 하죠. 그리고 그 근거자료를 찾으려 전북 장수와 진안으로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문) 요즘들어 소설이 사실을 쓰고, 신문이 소설을 쓰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찌 보면 소설의 주인공, 시의 주인공은 작가님과 친척 이야기네요?


답) 소설이나 신문 모두 인간이나 사회의 참된 진실을 밝히는 것이 목적일 것입니다. 소설은 보통 허구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소설은 상상보다는 사실에 충실했어요. 그래서 답사와 증언 등의 현장 추적을 통해 감춰지고 왜곡된 진실을 들춰냈습니다. 처참했던 제 가족의 수난사가 바로 우리 근현대사와 직결되어 있고 그 축소판이니까요. 물론 시의 등장인물들도 거의 제 주변 사람들입니다. 



문) 거시적이지 않지만, 우리 재단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적·물질적 유산을 발굴하여 문화관광 자원화할 수 있는 계기를 안들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조언 부탁합니다. 


답) 학교 문예반을 이끌면서 전국적으로 문학과 역사답사를 자주 했어요. 그러면서 야생화와 약초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자연스레 사진을 배워서 책으로 엮기도 했고요. 가르침은 말만으론 부족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을 몸으로 느끼게 해야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요? 아이들이 환상 같은 동화나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판타지에서 벗어나 아픈 역사와 현실을 똑바로, 그리고 깊게 보기를 바랍니다. 유적지 탐방 역시 형식적 방문이 아닌 무언가를 몸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어야 합니다.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지요. 



문) 이원구 작가님이 생각하고 계시는 동학농민혁명기념 재단과 관련단체의 활동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답) 동학농민혁명의 진정성을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농민혁명, 프랑스 시민혁명, 중국 태평천국혁명 등과 세계적 위상으로 동학농민혁명을 함께 연결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차원의 활동이 필요합니다. 


  살다 보면 나에게 가장 좋은 일은 다 지나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가 하면, 앞으로 더 멋진 일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을 품을 때가 있잖아요. 저는 앞으로 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고 살고 있습니다. 살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부디 동학농민혁명이 민족 개혁의 물꼬를 튼 민중의 혁명적 대사건으로 기억되기를,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원구 유족의 주요 시집으로 『궁뜰 외할머니네 이야기』, 『개암나무 영혼은 뿌리로 내려가고』, 『노랑 부엉이들, 부활하다』 등이 있으며, 교육에세이집으로 『들꽃학교 노교사, 교육희망을 보다』, 『들꽃학교 문학시간』과 그밖에 『시창작교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인물평전 쓰는 법』 등이 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창립 회장이기도 한 그는 『민족문학교과서』를 편찬하였다. 현재 원불교문인회 이사, 한국문화평화포럼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계간 『화백문학』에 장편소설 「아름다운 가족」 상권을 연재하고 있다. 다음 카페 '마음빛 누리'에 <와리의 시쓰기 지도방>에서도 그의 활약상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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