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중국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자취를 찾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연구조사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민족문화과 관계자와 함께 지난 2011년 8월 8일부터 같은 달 13일까지 6일간 중국 지역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관을 방문하여 향후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한편,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 과정에서 얻은 성과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중국 신동성 위해 중국갑오전쟁박물관 방문
- 동학농민혁명이 촉발한 청일전쟁의 현장을 확인하다
1894년 동아시아 세계를 뒤흔들었던 청일전쟁(淸日戰爭)은 원래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하여 청나라(중국) 군대가 조선으로 출동하명서 촉발된 전쟁이었다. 그런데 정작 청나라 군대는 동학농민군과 맞닥뜨리기도 전에 일본군의 기습을 받고, 이후 패전을 거듭한 끝에 동아시아 세계에서의 패권을 일본에 내주고 만다. 동학농민군 역시 일본군에게 무자비한 살육을 당했다. 청국군, 동학농민군 모두 이 거대한 전쟁에서 희생자로 기억되었다. 다만 청나라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가해자이면서도 청일전쟁의 피해자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 재단은 바로 그러한 의미를 머금고 청일전쟁을 기념하고 있는 중국의 한 기관을 방문하였다. 중국 산동성(山東省) 위해시(衛海市)에 있는 중국갑오전쟁박물관(中国甲午战争纪念馆)이었다.
2011년 8월 8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는 조재곤 참여자조사위원(동국대 연구교수)을 대표로 하여 이병규 연구조사부장·유바다 연구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민족문화과에서는 최선식 사무관·김미화 주무관이 중국갑오전쟁박물관 부설 연구센터를 방문하였다. 중국갑오전쟁박물관은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 북양해군(北洋海軍)의 기지면서 일본군 함대의 맹공격을 받아 함락당하였던 위해시 유공도(劉公島)에 세워진 기념시설이다. 이곳은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하여 조선에 출병하였다가 일본군에게 쓰라린 패배를 맛본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여 기념하고 있었다. 중국공산당 정권은 항일전쟁을 통하여 일본을 몰아내고 '국치(國恥)'를 잊지 말자는 교훈을 되새기기 위하여, 중국을 반식민지 사회로 전락시킨 청일전쟁 관련 기념시설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강택민(江澤民), 이붕(李鵬), 호금도(胡錦濤) 등 중국국가최고지도자가 여러 차례 박물관을 방문하여 "전국우수사회교육기지(全國優秀社會敎育基地)", "전국애국주의교육시범기지(全國愛國主義敎育示範基地)"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였다고 한다. 심지어 강택민 국가주석은 박물관의 현판을 직접 써 주기도 하였다. 그만큼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청일전쟁의 패배를 엄중하게 기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박물관 측과의 면담은 박물관 부설 연구센터에서 이루어졌다. 척준걸(戚俊杰) 명예관장과 사풍영(史豊永) 부관장의 영접으로 이루어진 이날 면담에서는 동학농민혁명과 청일전쟁의 상호 관련성을 확인하고 향후 학술 및 기념사업의 교류를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척준걸 명예관장은 박물관 개관 이래 아직까지 한국 측 학술연구, 기념사업단체와의 교류가 미진한 점에 매우 큰 아쉬움을 표현하고 우리 재단과의 지속적인 상호 교류를 강력히 희망하였다. 우리 측 역시 동학농민혁명이 조선에서만 일어난 국지적인 사건이 아니라, 근대 동아시아 세계를 격변시킨 청일전쟁의 출발점이 된 점에서 시야를 넓혀 그 거대한 전쟁을 기념하고 있는 박물관 측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뜻을 표하였다.
중국에서 국가 차원에서 청일전쟁을 기념하기 위하여 박물관과 연구센터를 건립하여 지속적인 학술사업,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우리재단의 입장에서도 귀감이 될 만한 것이었다. 또한 2010년 우리 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으로 출발한 이래, 해외 교류의 물꼬를 튼다는 점에서 동학농민혁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중국갑오전쟁박물관은 중요한 전초기지가 될 수 있었다. 바로 그러한 점에서 이번 위해 방문은 해외 학술교류 확대를 위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중국 강소성 남경 태평천국역사박물관 방문
- 근대 중국 최대의 민중운동이었던 태평천국운동의 자취를 찾아서
한국에서 중세봉건사호의 질곡을 끊고 근대시민사회를 열어 간 첫 출발점이 동학농민혁명이라면, 중국에서는 태평천국운동(1851~1864)이 그 역할을 담당하였다. 근대 중국 최대의 민중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는 태평천국운동은 바로 그러한 점에서 동학농민혁명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우리 재단은 8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중국 강소성(江蘇省) 남경시(南京市)에 소재한 태평천국역사박물관(太平天國歷史博物館)을 방문하여 학술연구 교류 확대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태평천국역사박물관은 중국 문화부에서 인가받아 태평천국운동 관련 문물, 자료들을 보관·교육하는 곳이며, 1851년 금전봉기부터 1864년 천경 함락에 이르기까지의 태평천국운동에 관한 역사·군사·경제·예술·대외관계 등 각종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박물관 건물은 원래 명(明)청(淸)대에는 강남 5대 정원이었던 첨원(瞻園)에 세워졌다. 청말(淸末)에는 태평천국의 2인자인 양수청(楊秀淸)이 동왕부(東王府)로 사용했던 곳으로 1956년 10월 1일부터 지금의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태평천국운동에 대해서는 손문(孫文), 모택동(毛澤東) 등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중국근대사회의 시작점으로서 의미를 부여하여 역사적인 평가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기념하고 있다는 것이 박물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물관 관계자와의 면담은 9일, 10일 두 번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이가승(㑥家勝) 관장, 최지청(崔之淸) 남경대학 역사계 교수, 호녕(胡寧) 부관장, 장철보(張鐵寶) 연구원의 안내를 받았다. 면담을 통하여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시절부터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교류 관계를 재확인하였으며, 앞으로도 학술사업, 기념사업 방면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할 것을 다짐하였다. 특히 한국 학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중국 당안관(檔案館)의 자료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수집에 협조할 것이라는 답변을 박물관 측으로부터 듣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사업에도 적극 동참할 것을 확인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방문 시기에 열렸던 태평천국160주년기념학술대회에 우리 재단이 참가하기로 하였다.
8월 10일에는 남경대학에서 열린 태평천국160주년기념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였다. 이 자리에서 이병규 연구조사부장은 한국 측 대표로 축사를 하기도 하였다. 이병규 부장은 축사를 통하여 2010년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새롭게 출범하여 한국에서 동학농민혁명 연구사업, 기념사업을 국가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알리고, 동학농민혁명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태평천국운동에 관한 연구사업, 기념사업이 160주년기념학술대회를 계기로 더욱 번창할 것을 기원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학술대회에서는 태평천국운동에 대한 연구사를 회고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주로 논의되었는데, 유물사관 중심의 해석 경향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태평천국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찾을 것을 촉구한 점이 눈에 띄었다.
대만 타이베이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당안관 방문
- 동학농민혁명 당시 중국 측 자료 수집
대만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당안관은 청말(淸末)~민국(民國)시기 중국 내 전체 국가사료를 총결집한 아카이브 기관으로서, 민국 외교부, 청계총리각국사무아문(淸季總理各國事務衙門)의 외교자료를 보관하는 한편, 농상부, 실업부 등 경제관계 문헌 다수를 보관하고 있는 대만 최고의 사료보존기관이다. 당안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들은 신해혁명 이래 중화민국이 보유하고 있었던 국가사료를 총통 장개석이 1949년 대만으로 후퇴할 당시 모두 이관한 것으로서, 그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 당안관에서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청나라(중국) 측의 기록이 보존되어 있어 우리 재단은 이번 8월 11일~13일 3일간 방문하여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로 하였다.
우리 재단은 당안관 주임 장수화(莊樹華)씨의 안내로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를 획득할 수 있었다. 주임과의 면담을 통하여 우리 재단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출범하여 동학농민혁명을 앞뒤로 한 19세기 중반~20세기 초 동아시아 근대사 관련 자료 수집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협조를 구하였다. 당안관 측에서는 자료의 수집 한도를 강조하기도 하였으나 향후 지속적으로 교류할 것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한국 측의 주요 자료수집기관과의 관계가 재정립될 경우 자료 수집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근대사 관련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출범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한도 내에서 최대하 자료 수집에 협조하여 우리 재단은 『조선당(朝鮮檔)』, 『주조선사관당(駐朝鮮使館檔)』과 같은 기록의 범위에서 동학농민혁명 당시 중국 측 자료를 획득할 수 있었다.
당안관의 상위기관으로 존재하고 있는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는 1955년 2월, 대만 최대의 국책연구기관인 중앙연구원의 부설연구센터로서 설립되었다. 중국근대사 및 동아시아근대사 연구의 중심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근현대 중국 정치, 군사, 외교, 사회, 경제, 문화, 사상 등 각 분야의 변천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해외연구기관과의 긴밀한 학술교류연구를 수행 중에 있었다. 우리 재단 역시 한국근대사, 동아시아근대사 전문연구기관으로서 당 연구소와의 학술연구 교류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관련 기관 방문 및 자료 수집을 뒤로하며
동학농민혁명은 비단 한국에서의 작은 사건에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세계의 격변을 불러온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 또한 국내에 그치지 않고, 당시 농민군의 동향과 조선정부의 정세를 기록하고 이해당사자국 자신들의 입장이 담겨 있는 자료들이 중국, 일본 각지에 보관 중에 있다. 우리 재단은 이번 중국, 대만 방문을 게기로 중국갑오전쟁박물관, 태평천국역사박물관과 같은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관과의 향후 지속적임 교류협력을 약속하였으며, 근대사연구소 당안관을 통하여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 재단은 이번 방문 성과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동학농민혁명의 외연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 관계 기관과 양해각서 체결 등의 방법을 통하여 교류협력이 질적으로 심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