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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3호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박태균


  동학농민혁명 시기 우리의 자세는 특히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안과 밖으로부터 밀려오는 격변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조선은 결국 식민지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 일어난 일이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오늘 우리는 19세기 말의 경험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지금의 일들이 단지 남의 일이 아닌, 곧 우리에게도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면서 치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편집자 주>



  어느 시대이든지 큰 격변기가 있고, 격변을 통한 전환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격변기와 전환기를 살펴보면, 그 시작이 꼭 거대 국가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말에는 동북아시아에서 큰 격변이 있었고, 이를 통해 이전 수백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변화를 겪었다.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동북아시아의 변화는 일본과 한국의 개방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청일전쟁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질서가 변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만든 청일전쟁은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의 동학농민혁명을 통해 시작되었다.


  1945년 이후 세계는 냉전이라는 새로운 세계 체제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냉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는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3년간의 전쟁이었다. 일본에 있었던 맥아더마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1970년대 초 세계는 데탕트라는 새로운 질서를 열었다. 냉전의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달러 중심의 세계체제가 무너지고,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한 자리에서 만났으며,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무기 감축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는 모두 베트남에서 일어난 전쟁에 의해 촉발되었다.


  1990년을 전후하여 냉전체제가 붕괴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구 유럽과 소련의 공산정권이 모두 무너졌다. 봄이 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공산권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 시작은 1986년 필리핀에서 시작되었다. 필리핀에서 시작된 격변은 한국을 거쳐 중국의 천안문과 독일의 베를린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 세계는 다시 한 번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민주화의 물결이 번지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 역시 우리의 4.19 혁명과 같이 한 청년의 고귀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튀니지에서의 불꽃은 이집트를 바꾸어 놓았다. 지금 이 순간 리비아에서의 불길이 사그라질지도 모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지만, 실상 그 물결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현재의 격변을 그저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시기적으로 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단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로만 볼 수 없다. 19세기 말 동학농민들의 혁명이 그랬듯이, 1960년대 말 베트남에서의 민족해방 목소리가 그랬듯이, 1986년과 1987년 마닐라와 서울에서의 민주화의 목소리가 그랬듯이 그 힘은 오랜 기간을 통해 국경을 넘어 아시아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다.


  지금의 격변도 2011년에 와서 우연히 촉발된 것이 아니다. 좀 더 긴 안목으로 본다면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중동 정책, 2008년의 경제위기, 2010년 한반도 안보위기와 세계적 차원에서의 석유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오늘 일본에서의 사건 역시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에 의해 발생했다고 하지만, 이미 수년 전에 진행되었던 노후화된 원자력 시설의 교체문제와 전혀 무관하지 않으니 말이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오늘 전개되고 있는 민주화의 움직임과 격변의 현장들을 어떻게 기록할까? 아마도 2000년부터 2015년까지의 시기를 묶어서 하나의 격변기이면서 거대한 전환기라고 기록할 것이다. 아니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민주화의 물결과 탈냉전을 기점으로 하여 약 30년 이상의 시기를 함께 고찰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동학농민혁명을 기록할 때 국내적으로는 홍경래의 봉기로부터, 세계적으로는 아편전쟁부터 기록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경험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성찰과 자세를 요구하는가? 동학농민혁명 시기에 우리 자세는 특히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안과 밖으로부터 밀려오는 격변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조선은 결국 식민지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 일어난 일이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오늘 우리는 19세기 말의 경험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지금의 일들이 단지 남의 일이 아닌, 곧 우리에게도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면서 치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우리 안의 움직임을 통해 세계적 격변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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