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발행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56149)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동학로 742

TEL. 063-530-9400 FAX. 063-538-2893

E-mail. 1894@1894.or.kr

COPYRIGHT THE DONGHAK PEASANT REVOLUTION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목차열기
2019년 겨울 38호
"나라가 환란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나라가 환란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조재곤 서강대 연구교수


  위 글은 갑오년 즉, 1894년 늦가을 동학농민군의 제2차 봉기가 한참일 무렵인 농민군 유광화가 동생 광팔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유광화는 전라도 나주의 농민군 중 접주급 인물로 집을 나와 수년간 떠돌아다니며 집안일을 동생에게 떠맡기고 자식과 가장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이 편지에 담고 있다. 그는 동생에게 투쟁을 위한 자금을 보내달라면서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라며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결연한 다짐까지 보여주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 동학농민군 유족조사 과정에서 발굴하여 최근 공개한 이 편지는 길지 않지만 일본군과 관군 연합군의 탄압에 직면해 죽음의 위기에 몰린 농민군 지도자의 시대인식과 비장한 의지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이다.


  1894년 조선인들은 다양한 형태로 전쟁 체험을 하였다. 이해는 동학농민혁명, 갑오개혁, 청일전쟁 등 여러 가지로 큰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 격동의 시기였다. 동학농민군이 되어 관군과 일본군과 충돌한 현장에도 있었고 한편에서는 탄압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조선정부는 스스로 해결 능력을 상실하자 주권을 포기하고 청국군의 무력을 통해 탄압하려 하였고, 이를 빌미로 일본군이 무단으로 침입하였다. 청일전쟁으로 청국과 일본 군대의 전쟁터가 된 곳도 있었으며, 그들의 교두보와 병참선 구실을 한 지역 또한 존재했다. 전재민과 피란민, 인적 물적 동원의 대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유광화가 동생에게 편지 쓸 무렵 일본군은 농민군에 총부리를 돌려 체포한 사람들을 고문 총살하고 심지어 잔인하게 불태워 죽이기도 하였다. 그들의 기록에서도 ‘소살(燒殺)’로 표현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거점촌락도 불태워졌다.


  세계적인 평화학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저서『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에서 구조적이고 적극적인 평화는 억압을 자유로, 착취를 평등으로 대신하며, 그리고 강요 대신 대화를, 분리 대신 통합을, 분열 대신 결속을, 소외 대신 참여를 강조한다. 이 점에서 보면 당시 일본인들의 정신적 스승이자 게이오대학을 설립한 현재 1만엔 지폐의 주인공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어떠한가? 그는 일본은 ‘문명’이고 조선은 ‘야만’이고 청일전쟁은 ‘문명과 야만의 전쟁’이라는 인식을 견지하고 있었다. 1894년 7월 27일자 『지지신보(時事新報)』 기고 논설에서 많은 수의 일본군의 조선 출병은 ‘일본이 평화를 주장하는 일을 잘 알 수 있는 증거’로 일본인의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에서 나온 것이고,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강변을 거듭하였다. 이 주장은 당시 일본정부의 조선침략 정책을 민간에서 재확인하는데 불과하다. 이처럼 후쿠자와의 저급한 말장난과 비교하면 한 평범한 인간이지만 ‘야만의 시대’에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초월하고 국가를 선택하여 비장한 발걸음을 디딘 동학농민군 유광화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조재곤 |   한국근대사 전공, 문학박사. 대표저서로는 『전쟁과 인간 그리고 ‘평화’: 러일전쟁과 한국사회』, 일조각, 2017. / 『해천추범 : 1896년 민영환의 세계일주』 [편역], 책과 함께, 2007. / 『보부상 : 근대 격변기의 상인』, 서울대출판부, 2003. / 『 한국 근대사회와 보부상』, 혜안, 2001. 등이 있다.



정기구독 신청

발행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56149)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동학로 742

TEL. 063-530-9400 FAX. 063-538-2893

E-mail. 1894@1894.or.kr

COPYRIGHT THE DONGHAK PEASANT REVOLUTION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2025년 겨울 62호
목차
目次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