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왜·자주국가 건설 목표, 한말 의병운동과 다르지 않아
김원웅 광복회장
올해는 ‘동학농민혁명기념일’이 제정된 지 3년이 되는 해. 우리 정부는 동학농민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황토현 전승일인 ‘5월 11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했다. 그러니까, 조선의 국왕이 정무를 보는 경복궁을 침탈하고, 청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승승장구한 일본에 대항하여 1894년 보국안민(輔國安民)을 기치로 거병한 동학농민군은 ‘척왜(斥倭)’를 선언하며 재봉기를 감행했다. 동학혁명지도부가 이 땅에서 일본을 몰아내는 것이 나라를 회복하고 백성들을 평안하게 하는 일임을 명료하게 인식했던 것이다.
비록 밀고와 전투력 열세로 우금치 항전에서 패배함으로써 동학농민군은 괴멸되었지만, 동학농민혁명은 실패하지 않았다. 국권상실 이후 일제 강점 하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오롯이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항일독립운동을 통해 이 나라의 주인은 왕이 아니라 국민이며, 우리 겨레가 이 땅의 주인임을 자각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헌법이 전문(前文)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으니, 동학농민혁명은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에 여야 국회의원들의 참여 속에서 국회 토론회가 열린 것은, 만시지탄이나 국회가 할 일을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유튜브 방송으로 진행되었다지만, ‘척왜’를 기치로 삼았던 전봉준, 최시형 등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독립운동 서훈의 당위를 논의하는 시간이었기에, 그 열기만큼은 뜨거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부로부터 항일독립운동으로 인정되고 있는 을미의병 독립유공자 서훈자가 120여명에 달하고 있음에 비해,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 순국자 또한 119명에 이른다는 의미 있는 조사결과도 있다. 외세를 물리쳐 자주 국가를 건설하자는 취지는 양자가 다르지 않다.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에 대한 독립운동 서훈이 당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학농민혁명 제127주년이 되는 올해. 한말 백척간두의 위태로움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고자 한 민초들의 처절한 투쟁인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역사학자와 시민사회 인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행 고등학교 8종 한국사 교과서들 역시 제2차 동학농민운동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국권수호운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정부 주무부처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기대한다.

김원웅 : 14대, 16대, 17대 국회의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역임. 일제잔재청산 의원모임 대표 역임. 단재 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역임.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대표 역임. (사)조선의열단기업사업회 회장 역임. 2019년 6월 제21대 광복회장으로 당선되어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