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과 동백꽃으로 여는 세상
- 인권과 평화의 역사 속으로 -
정석준 전주 온빛중학교 2학년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던 나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인권과 평화”라는 주제가 담겨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좀 살펴보고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 일어난 인권 관련 역사적 현장을 찾아보던 중 문득 초등학교 때 방문한 적이 있는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배운 긴 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해서 다시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찾았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동학농민혁명 추모관·전시관까지 새로 생겨 볼거리가 많아졌다.
나는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관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동학농민혁명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전개됐으며, 또 무엇을 추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실현하고자 했고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일어난 소중한 우리의 역사였다. 동학농민군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비록 패했지만 “평등, 자유, 존중”의 정신은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촛불혁명에 이어져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져놓은 정말 중요한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학농민혁명이 추구했던 사람을 귀히 여기는 ‘사람은 하늘이다’라는 정신을 인류가 지켜 나아간다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끝으로 추모관에 들러 동학농민군께 묵념하면서 ‘앞서 농학농민군이 뿌려놓은 녹두씨앗들을 이제 우리 세대가 꽃으로 피워내겠다’고 다짐하였다.


동학농민혁명 전시관을 나오며 동학농민혁명 추모관 앞

동학농민군을 추모하며
동학농민혁명 추모관·전시관 견학에 이어, 나는 마침 제주도를 여행할 기회가 있어 제주도에 있었던 인권 관련 역사들을 찾아보았다. 그 중에서도 ‘제주4·3’이 많이 검색되어 제주4·3평화기념관을 방문했다. 학교에서도 한국사에 대해 배우고 있지만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모르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제주4·3에 대해 전혀 몰라서 해설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실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제주4·3은 미군정기에 발생하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까지 7년여 동안 걸쳐 무고한 제주 도민들이 희생당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1947년 3월 1일(3·1절) 기념식때 지나가는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다치게 되면서 경찰과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한국전쟁 이후 미군정이라는 당시 혼란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러 통일 정부를 염원한 제주도민은 남한 단독선거와 단독정부를 반대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까지 경찰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무려 2만 5,000∼3만여 명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근·현대사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우리나라가 일제강점으로부터 해방되고 6·25 한국전쟁 이후 정부가 자연스럽게 수립된 줄 만 알았다.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우면서 ‘우리나라는 참 전쟁이 많았구나’ 생각했는데 이 작고 아름다운 섬에서조차 이렇게 큰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 슬프면서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끔찍한 사건을 왜 아직까지 내가 몰랐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친구들한테도 알려주고 싶었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제주 4·3은 평화·통일·인권의 상징입니다’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는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에 전쟁이 없는 평화가 있기를, 그리고 모든 사람의 생명과 인권이 존중되길 염원해보았다.

제주4·3평화기념관 방문 (2022.7.)
※ 이른 봄꽃들이 대체로 그렇듯 겨울꽃인 동백나무꽃(冬柏化), 동백꽃도 꽃이 질 때 꽃봉우리가 송두리째 떨어진다. 그 모습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제주4·3사건 희생자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4·3사건의 상징하는 이미지로 활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