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록개의 꿈 – 형평(衡平)을 찾아서
- 동학농민혁명기념관 2023 기획전(企劃展) -

 
2023년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기념관 2023 기획전을 개막하였다. ‘동록개의 꿈 – 형평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네 파트로 구성하였다. 각각의 파트별 주제를 살펴보면 ① 칠천반(七踐班), 그 중에서도 가장 천하다는 ‘백정’ ② 동네 개, 백정 ‘동록개’가 바라던 세상 ③ 저울처럼 평등한 세상을 꿈꾸다 ‘형평사 운동’ ④ 사람이 하늘이라, 인권운동의 시작 등이다. 이번 기획전은 21세기 초입(初入), 풍요로운 현대사회 이면에 웅크리고 있는 계급계층 간 차별과 그에 따른 상호 간 혐오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도에서 마련되었다.




 
전시를 열며
전시기획 : 박아영 학예연구사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동안 세계는 기존의 봉건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그것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세력 간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조선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1894년 갑오년, 사회변혁의 필요성을 자각한 조선의 농민들은 동학(東學)을 자양분으로 자주와 평등을 염원하며 봉기하였다. 이것이 곧 동학농민혁명이다.
동학농민혁명은 농민뿐 아니라 광대와 기녀․노비․백정은 물론이고 몰락한 양반까지 합세하여 스스로 역사가 된 우리나라 근대 민주주의 혁명이다. 낡은 신분제를 극복하여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한 동학농민군의 강렬한 열망은 이후 다양한 형태의 사회운동으로 변화한다. 그 사례로 1920년대 백정들이 조직한 형평사 운동이나 여성과 어린이 인권신장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2023년 오늘의 우리 사회는 120여 년 전 혐오와 멸시로 가득했던 계급계층 간 차별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금수저’, ‘흙수저’ 같은 신조어 등을 통해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극심한 부의 양극화로 인해 계급계층 간 차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래서 지금의 사회상황을 반영하여 <동록개의 꿈-형평을 찾아서>라는 주제로‘동학농민혁명기념관 2023년 기획전’을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갑오년에 대한 기록 중에서 ‘김제 원평에 살던 한 동록개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자 평생 모은 돈을 동학농민군에 내놓았다’는 기록에서 시작하였다. ‘동록개’는 19세기 조선에서 가장 천한, 호모사피엔스의 자격까지 박탈당한 채 이름도 없이 그저 ‘동네 개’로 불리던 백정이다. 원평의 백정, 동록개가 피땀 흘려 모아 마련한 집, 자기 전 재산을 동학농민군에 헌납한 그 마음은 곧 새로운 세상을 추구한 동학농민군의 열망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게 될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풍요로운 현대사회 이면에 웅크리고 있는 계급계층 간 차별과 혐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