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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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을 61호
천명(天命), 하늘의 명령

천명(天命), 하늘의 명령


왕기석 전라북도무형문화재연합회 이사장


時來天地 皆同力   때가 되니 하늘과 땅이 하나 되어 힘을 합하더니

運去英雄 不自模   운이 다하니 영웅인들 어찌해볼 도리가 없구나

愛民正義 我無失   백성과 정의를 위한 나의 일이 무슨 허물이더냐

愛國丹心 誰有知   나라 위한 붉은 마음 그 누구 있어 알아주랴


  전봉준 장군의 ‘절명가’로 알려진 한시(漢詩)다. 읽을수록 가슴이 저리고 아리다. 19세기 말, 안으로는 세도정치라는 기형적인 정치체제 아래 득실대던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에 신음하고, 밖으로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으로 고통 받던 백성들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떨쳐 일어선 것이 동학농민혁명이다. 그 최고지도자가 녹두장군 전봉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24년, 올해는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동학의 후예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지금은 동학농민혁명이 우리나라 근대 민주주의 운동과 민족주의 운동의 뿌리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겨울 일본군과 관군에게 패배한 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에 빠져들었고, 해방 이후 극심한 민족 내부의 좌우대립, 민족분단, 한국전쟁 등으로 이어진 극심한 국내외 정치적 혼란 속에서‘반란사건’으로 축소되고 왜곡되었다. 다행스럽게 1994년 100주년을 계기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와 그 위상이 재정립되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진실을 바로 세우기 위한 역사학계의 노력과 함께 전국 각 지역에서 기념사업 단체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하였다. 이런 노력에 문화예술계도 힘을 합했는데, 그 하나로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동학농민혁명 대서사시 음악극(창무극)‘천명’(원작 : 도올 김용옥)을 들 수 있다.


  음악극 “천명”은 1994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된 이래 동학농민혁명 110주년이자 동학농민혁명 특별법이 제정된 해인 2004년 정읍 황토현전적지에서 다시 공연되었다. 2000년 1월과 2월에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극단 등이 총 출연하여 대작으로 리메이크한 공연이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한승헌) 주최로 서울 국립중앙극장,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예술회관, 전북 전주 전북대삼성문화회관 등에서 이루어졌다. 그 후 2017년 5월 전라북도 지원으로 전북도립국악원과 정읍시립국악단 단원 등 20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공연이 동학농민혁명 황토현전승일에 맞춰 성대하게 펼쳐졌고, 같은 해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으로 초청되어 전북 전주시 덕진동에 자리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 2022년 정읍시 지원으로 창작판소리연구원에서 제작한 창작판소리‘녹두장군 전봉준가’에도 참여하여 정읍, 전주, 서울 등지에서 성황리에 공연하기도 하였다.


  소리꾼인 나는 무슨 인연인지 이순신, 전봉준, 백범 김구, 안중근, 윤봉길 등 역사인물을 다룬 공연작품 외 200여 편에서 주역으로 참여하였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나는 이래저래 참 많이도 죽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서른한 살에 주역을 맡았던 음악극 천명(天命)에서 녹두장군 전봉준 역(役)이다. 그때부터 나에게 동학농민혁명은 일종의 숙명이자 운명으로 자리하였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나의 판소리 인생의 일부이자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나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고 천명하였던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정신을 가슴에 새겼고,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 갑오선열, 그분들은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나’라는 개인보다는‘우리’라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였고, 사익보다는 공익을 앞세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또 그렇게 살고자 노력해왔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유명한 명제가 있다. 1894년 갑오년, 시린 겨울산하에 선혈을 뿌리며 쓰러져간 동학농민군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 우리가 만민이 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을까? 2024년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새해를 맞으며 나는 시린 겨울하늘을 우러러보며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과 거룩한 희생을 가슴 깊이 되새긴다.


왕기석 : 전북 정읍 출생. 추계예술대학교 국악과 및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음악과 졸업. 국립창극단 지도위원,정읍시립국악단장, 국립민속국악원 원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2014년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수궁가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현재 ()전라북도무형문화재연합회 이사장, 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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