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를 찾아서
일 시: 2016년 5월 30일
장 소: (사)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사무실
대 담: 이갑상 이사장 | 신함식 사무처장 | 문병학 기념재단 기념사업부장

문병학: 이사장님 반갑습니다.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기념제]를 추진하시느라 많이 바쁘셨지요? 올해 기념제는 5월 7일(토)과 8일(일) 이틀간 성대하게 펼쳐졌는데, 먼저 행사를 마치고 난 소감을 간단하게 한 말씀해 주세요.
이갑상: 네, 어서 오세요.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 이갑상입니다. 5월이면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업회 임원, 회원 등 전체 관계자가 아주 바쁘게 보냅니다. 올해에도 정읍시와 정읍시의회, 그리고 기념재단 등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원해주신 것에 힘입어 기념제를 아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49회를 맞은 올해 기념제는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전국에 알리고 그 인식의 폭을 넓히는데 의의를 두고 추진하였습니다. 매년 펼쳐지는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기념제’는 무명 동학농민군에 대한 위령제로 시작합니다. 위령제는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사발통문 작성지인 정읍시 고부면 신중리 주산마을에 건립한 ‘무명동학농민군 위령탑’에서 올립니다. 이 위령탑은 정신대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조각물인 ‘평화의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성 작가의 초기작품으로 무명 동학농민군을 추모하는 조형물로는 전국 최초의 시설물이지요. 우리사업회가 주최하고 정읍시농민회가 주관하여 위령제를 올린 다음 황토현전승지에 자리한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및 교육관으로 이동하여 [제49회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을 거행하는데 올해 동학농민혁명 대상에는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이 수상 했습니다. 그리고 또[전국 황토현농악경연대회], [대한민국조선세법경연대회],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 [전국 역사퀴즈대회], [신(新)만민공동회] 등이 진행되었지요. 신(新)만민공동회는 전국에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토론할 의제를 각각 제기하고, 그 의제를 하나로 함축하는 토론회로서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념제 대미를 마무리하는 행사로는 황토현전승지에 자리한 구민사(사당)에 모셔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320분께 올리는 추모 제례입니다. 갑오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그 넋을 위무하기 위한 이 제례를 매년 정읍시장님께서 함께해주시는데 참 고마운 일이지요. 내년은 ‘황토현 동학농민혁명 기념제’가 50주년, 반세기를 맞는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보다 성대한 기념제가 펼쳐지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나갈 생각입니다.

이갑상 이사장
문병학: 정읍지역에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념사업회가 설립되어 활동한 것이 올해로 벌써 50년째이지요? 전국 최초의 설립된 기념사업단체는 1962년 6월 설립된 [갑오동학혁명기념사업협회](회장 김상기)였고, 두 번째로 설립된 기념사업 단체가 [정읍갑오동학혁명기념사업회](1967.12.)이지요? 암울했던 시기에 정읍지역에서 민간의 기념사업단체가 설립되어 1968년 봄부터 ‘갑오동학기념문화제’를 추진, 49회째를 이어왔는데, 여기에 대한 기억, 그리고 긍지와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갑상: 저는 1970년대 중, 고등학생 때부터 기념문화제에 참석했습니다. 종이 찰흙으로 탈을 만들어 쓰고 기념제에 참가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한복 바지저고리를 입고 홀수반은 농민군, 짝수 반은 관군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진행했는데, 서로 관군은 안 하려고 했어요. 저는 농민군 반이었습니다.(웃음) 제가 중학교 3학년 때는 만국유람단이라고해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동학제를 참관하는 것처럼 꾸며서 가장행렬을 했었습니다. 그때 코를 크게 붙여서 외국인 분장을 하고 거리행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볼거리가 많지 않던 당시에는 이 문화제가 정읍시 인근 각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었지요.
신함식: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는 1980년대 초였는데, 그때는 기념사업회가 신군부정권에 의해 강제로 해산을 당해서 관에서 행사를 주관하던 때였어요. 그래서 신태인 ‘왕신여고’에서 체육대회 형태로 형식적으로 추진된 탓에 선배들처럼 기념제와 관련한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기념제가 축소되어 관중도 적고, 민간단체가 강제로 해체당한 뒤라서 주민 반응도 냉랭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하필 제 청소년기에 단체가 해산되어 기념제가 관으로 넘어가 반쪽으로 축소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요.
문병학: 동학농민혁명 1백주년을 앞둔 1993년 12월 12일 전국에서 창립, 활동을 시작한 11개 단체가 [동학농민혁명백주년기념사업단체협의회](이하 동단협)를 결성했지요. 그때 제가 동단협 사무간사였기 때문에 기억이 생생한데 <고부봉기 역사맞이굿>, <백주년 기념대회>, <백주년 기념 학술대회>, <공주우금치 영령추모예술제> 이렇게 네 축으로 백주년 기념사업을 기획해서 추진했지요. 그 때 동단협에는 [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가 함께하여 백주년 기념사업의 첫 번째 사업으로 2월 26일부터 27일 정읍시 일원에서 ‘고부봉기 역사맞이굿’이 아주 성대하게 열렸지요. 그때 역사맞이 굿을 하면서 이사장님과 사무처장님도 현지에서 아주 고생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감회를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갑상: 백주년을 알리는 첫 번째 기념행사를 동학농민혁명 첫 시작점인 고부농민봉기에 맞춰 역사맞이 굿을 진행했지요. 당시 임진택 선생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민예총 산하 ‘백주년 특별위원회’를 총괄해서 전국의 민족예술인들이 아주 총동원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이 잘 되려고 그랬던지 당시 정읍 군수가 임진택 부이사장의 친형인 임성택 군수였어요. 이런저런 여건들이 맞아떨어져 ‘고부봉기 역사맞이굿’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지요. 백주년 당시 정읍군과 정주시가 따로 있을 때라서 정읍지역에는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민간단체)와 갑오동학혁명기념사업회(정읍군),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정주시) 이렇게 3단체가 있었습니다. 이 중 민간단체인 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가 동단협에 소속되어 ‘고부봉기 역사맞이굿’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요. 그 행사를 잘 마치고 1995년에 세 단체가 통합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문병학: 정읍지역에는 일찍부터 기념사업이 추진되어 유적지 정비가 다른 시도보다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계승사업회 입장에서 고부관아 터라든가 하는 부분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실 터인데, 혹여 고부관아 복원 등에 대해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으신지요?
이갑상: 정읍지역의 유적지는 비교적 정비가 잘 되어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지만 유적의 흔적이 훼손되고, 사라진 곳도 많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고부관아가 있었던 자리에는 초등학교가 들어서 있습니다. 고부군은 일제강점기 때 정읍·부안·고창군 등으로 각기 편입되었어요. 그래서 갑오년 당시에는 고부군 백산이었던 것이 지금은 부안군 백산면이지요. 몇 년 전에 옛 고부성 복원을 위한 ‘고부유적보존회’가 만들어졌지요. 고부관아 복원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병학: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청소년 교육 사업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계승사업회에서 특별히 청소년 대상 선양사업에 힘을 쏟고 계시는데, 이점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갑상: 저희 계승사업회에서는 청소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그 중 20년째 시행하고 있는 <전봉준 역사캠프>가 있습니다. 처음엔 사업회 회원 자녀들만 참여했는데, 지금은 참가자가 넘쳐서 학교당 5명씩 참여를 제한할 정도입니다. 올해도 7월 28일경, 남원 운봉지역에서 역사 강연과 그 지역 유적지 답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잊고 사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죠?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는 현재와 깊이 연관이 있기 때문에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 교육은 아주 중요합니다. 전봉준역사캠프를 거쳐 간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대에 다녀와서 역사캠프의 교사로 자원봉사를 나옵니다. 이렇게 순환이 되는 것을 보면 매우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다른 청소년 프로그램으로는 교육청과 함께 <역사퀴즈대회>가 있습니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이 대회는 올해에도 강원도,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300여명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첫날 유적지 답사를 하고 가족과 함께 캠프에서 숙영한 다음 둘째 날 퀴즈대회를 진행합니다. 이밖에도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200여 팀이 참가하여 예선전이 아주 치열했습니다. 이렇듯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다른 지역 기념사업회에도 적극적으로 확산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병학: 정읍지역에서 동학농민혁명 정신선양을 추진하면서 어떤 점들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느끼시는지요. 또한 전국에는 정신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들이 서로 힘을 모아 기념사업을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켜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갑상: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최초 전승지로서 동학농민혁명 성지입니다. 저는 정신선양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순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주년 기념사업이 활성화된 것에는 백주년을 준비하고 추진했던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가짐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때처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 의지하면서 정신선양사업을 추진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인생의 좌표로 삼는 글귀가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오동은 천년이 지나도 제 곡조를 간직하고, 梅日生寒不梅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는 팔지 않는다.”는 상촌 신흠 선생의 시조입니다. 기념사업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 시조의 의미를 늘 되새겼으면 좋겠어요.

신함식 사무처장
문병학: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신함식: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는 1967년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동학농민혁명 정신선양에 힘써왔습니다. 그래서 정읍지역 주민들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릅니다. 이런 노력과 현실적인 주민들의 정서를 존중하면서 재단과 각 지역의 여러 기념사업 단체들이 힘을 모아나갈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국 각 지역의 기념사업 단체 등 관련기관과의 연계 등을 재단이 잘 수행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이갑상: 우리가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준비했던 그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다 같이 손잡고 화합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나 학문적인 검증이나 토론은 치열해야 합니다. 재단도 각 관련단체들도 모두 하나가 되어 함께 해나간다면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는데 각 지역의 사업에 큰 힘이 실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