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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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을 61호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 웹툰 공모전 대상 수상 「향아설위」 이지현 작가(전주대 웹툰 만화콘텐츠학과 교수)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 웹툰 공모전

대상 수상 「향아설위」 이지현 작가(전주대 웹툰 만화콘텐츠학과 교수)



 

문) 안녕하세요. 작가님, 만화가로서 한길을 오롯이 가는 일이 녹록지 않았을 텐데요. 어떻게 만화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답) 1980년대 중반부터 깊이 있는 예술 만화가 각광을 받으면서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만화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실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지만, 만화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 한 번도 다른 방향을 바라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1990년대 학보 만평을 그린 것을 시작으로 지역 시사만화가를 거쳐 10여 년간 학습지 전문 삽화가로 일했어요. 2004년에 육아 만화를 연재하면서 웹툰 1세대로 데뷔해서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하였고 지금까지 줄곧 만화가로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주대학교 강의실에서 


문) 이번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 웹툰 공모전 대상 수상작 제목이 「향아설위」입니다. 대중들에게는 좀 낯선 말인데요. 어떤 의미인지요?


답) 「향아설위(向我設位)」는 해월 최시형 선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제사를 지낼 때 살아있는 사람, 즉 자기 자신을 향해 위패를 두고 제사를 지내라는 뜻입니다. 제사 지내는 사람이 곧 하늘이며 과거, 현재, 미래가 지금, 여기, 내 안에 있다는 이치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향아설위」를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 하늘의 명을 따르는 것’이라고 해석했고 ‘옳다’라는 개념의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가’로 삼았습니다. ‘나와 남이 본래 같은 하늘이니 보다 많은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동양적 사상을 함축한 제목입니다. 작품명이 대중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고민했지만, 문화 매체의 역할 중 하나는 낯선 것을 낯설지 않게 만드는 것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향아설위(向我設位)」그대로 쓰고 나 자신부터 귀히 여기라는 뜻을 강조하여「나에게 바치다」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문) 작품 인물과 스토리 구성은 어떻게 구상하였는지요?


답) 2021년 황토현 시문학상에 입상하면서 언젠가 그 시의 화자였던 여자 주인공을 만화로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전투에 나선 투사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살아남은 가족들은 어떤 마음으로 가족을 보내고 살아갔을지 궁금했습니다. 이후 동학농민혁명 관련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습니다. 여자 주인공 ‘향아’는 수운의 경전을 지키는 심시정의 며느리가 됩니다. 향아의 남편 ‘경인’은 유약한 선비지만 양심의 부름을 따라 공주 우금티 전투에 나서고 남편을 잃은 향아는 남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결단을 하게 됩니다.



 

문) 「향아설위」작품에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 부분인지요?


답) 남자 주인공이 전사할 때 “내가 지어 나에게 바치는 삶”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는 독자들이 계셨습니다. 이 대사는 「향아설위」제목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향아설위」를 한글로 풀면‘나에게 베풀다’가 되는데 저는 삶 자체를 나 자신에게 베푸는 이야기, 혹은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놀이동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이“희망을 품은 자가 희망의 씨앗입니다.”라는 독백을 하는데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잃은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품고 삶을 항해하려는 의지, 저는 그게 운명의 참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명의 운(運)은 옮긴다, 움직인다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 1894년 모든 사람이 하늘인 세상을 염원하며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은 올해로 130주년이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동학농민혁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시는데 130주년을 맞는 소회를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답)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이 되던 해에 만화가 선생님들과 함께 정읍 황토현 답사를 온 일이 있습니다. 30년 전 붉은 진흙만 펼쳐져 있던 황토현에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이 세워진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수많은 참여자가 희생되었고 오랫동안 외면받았던 동학농민혁명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한국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태동하게 한 ‘혁명’임을 공인받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대중문화 예술인이기 때문에 문화적 관점에서 동학농민혁명이 갖는 가치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세계 문화의 변화, 그 중심에 K팝이 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의 향유자들은 자발적으로 예술 상품의 생산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참여형 팬덤 문화까지 수출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동학농민혁명 정신’에서 문화 강국을 만든 원동력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역사와 대중들이 사랑하는 문화 콘텐츠가 결합하여 모두가 하늘인 동학농민혁명의 인본주의 정신이 새로운 시대의 사상으로 자리매김하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문) 한국을 넘어 세계사적으로 인정받았음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이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이 다소 낮은 부분이 있는 게 아쉽습니다.


답)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성공적 콘텐츠가 발굴된다면 대중의 이해와 인식이 저절로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동학농민혁명 웹툰 공모전도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공모전이 정기적으로 개최되면 동학농민혁명을 공부하고 관련 콘텐츠를 준비하는 창작자가 꾸준히 양성될 것입니다. 또 전북자치도는 물론 전국 각 지역의 동학농민혁명 콘텐츠 발굴 및 여행 루트를 개발하는 사업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정읍, 고창, 전주처럼 대표적인 동학농민혁명 전적지뿐 아니라 곳곳에 숨겨진 콘텐츠를 발굴하여 연결하면 한국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대중 참여형 민주주의의 뿌리가 동학농민혁명임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문) 웹툰 작가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향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답) 웹툰 작가는 굳이 수도권에서 작업해야 할 필요가 없는 직업입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면서 성장한 알파 세대는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에 익숙하고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합니다. 매체에서 흔히 접하는 수도권의 생활상과 조금 다른 지역의 모습을 웹툰으로 재조명하면 독자들이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전북은 음식, 국악, 생태 환경, 지역 축제 등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콘텐츠가 아주 많이 숨어있는 지역입니다.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하면서 전북 지역에 깊이 밴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만화에 담아 펼쳐 나가고 싶습니다.



작품 「향아설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홈페이지(www.1894.or.kr)와 블로그에서 볼 수 있어요.



■ 작가와 동학농민혁명


  이지현 작가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는 거리에 최루탄 냄새가 진동하고 청년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시대였다. 그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동학농민혁명의 가치가 주목을 받았고, 이지현 작가 역시 이 무렵에 동학농민혁명을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뜻을 세우고 대학을 진학할 때 사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역사를 만화로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만화가가 되고 나서도 좀처럼 손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동학농민혁명 웹툰 공모전 공고를 보게되었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 작품이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동학농민혁명 관련 책, 자료, 영상 등을 찾아 새롭게 공부하면서 스토리를 구성했고 스토리 구성에 두 달, 웹툰 290컷을 그리는데 한 달 이렇게 작품을 완성하는데 꼬박 세 달이 걸렸다고 한다.


  작품 「향아설위」는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여 한 가족이 각자의 마음속에 하늘을 기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작품에서 19세기 말 청년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며 어떻게 살고자 했는지 되짚어봄으로써 개인주의와 물신주의로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열어가야 하는지를 독자와 함께 고민하고자 하였다.


  이 작가는 향후 이번 웹툰 공모전 당선작인「향아설위」를 어린이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편 웹툰으로 리메이크할 계획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호소력 있는 웹툰 작품을 제작하여 ‘모두가 하늘인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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