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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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을 61호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



 


  손화중 장군과 홍낙관


  동학농민혁명이 120주년을 맞이한 2014년,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다룬 책들이 적지 않게 출판되었다. 그 중에서도 동학농민혁명에 새로운 시선을 던지는 소설이 이성수 작가의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이다. 지금까지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소설들은 일반적으로 동학농민혁명군의 대장이었던 전봉준 장군을 주인공으로 내새웠다. 그러나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에서는 손화중 장군과 고창의 지도자로 활동했던 홍낙관이 등장한다. 홍낙관은 고창지역의 대표적인 동학농민혁명군 지도자로 손화중 포의 선봉이자 주요 지도자였다. 그는 손화중 장군의 부대에 참여했던 다수의 천민(백정, 광대, 역부, 대장장이, 승려 등 하층민)을 집결해 천민부대를 이끌었으며, 전주화약 이후 집강소 활동에도 참여했다. 홍낙관은 우금티 전투에서 주력 동학농민혁명군이 대패한 뒤에도 나주, 장성 등에서 크게 활약했고, 이후 체포되어 전봉준, 손화중, 김덕명 장군과 함께 심문을 받았으나 처형은 면했다. 1899년에는 동생 홍계관과 함께 영학당 운동(흥덕민란)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동학농민혁명의 3대 지도자 중 활동사항이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손화중 장군과 홍낙관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지금까지 동학농민혁명 관련 작품 속 편중된 등장인물에 대한 스핀오프(spin off)로 작용하여 보다 새로운 시선으로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혁명의 과정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은 동학농민혁명보다, 혁명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더욱 상세하게 담고 있다. 소설의 백미는 손화중 장군이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상에 올라 전설로 내려오던 비결을 손에 넣은 장면이다. 대나무를 새끼줄로 엮어 만든 계단을 오르는 손화중 장군은 층계를 오를 때 마다 자신이 진인(도교에서의 도를 체득한 자)이 아니라면 벼락을 내릴 것이며, 자신이 진인이라면 비결을 세상에 내놓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마애불상의 명치에 들어있다고 전해지는 비결은 전라감사 이서구가 호기심을 가지고 손에 얻고자 했으나, 비결을 집어든 순간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치는 통에 첫 장만 열어보고 다시 봉해두었으며, 첫 장에는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모여든 구경꾼들이 모두 겁에 질려 층계에 다가가기조차 꺼리는 상황에서 손화중 장군은 마애불상의 명치를 깨고 비결을 손에 넣었다. 비결을 손에 넣은 손화중 장군이 세상을 바꾸고 왕이 될 사람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이는 수많은 백성들이 동학의 교인으로 입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손화중 장군은 이 사건을 통해 무장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이후 고부에서 탐학을 일삼던 조병갑이 재부임하는 사태에 전봉군 장군의 지휘로 고부봉기가 일어나며 본격적인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민심의 양면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에이 참 잘되었지 그냥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이 한 사람이나 어디 남아 있겠나’ 소설에서는 사람답게 살기 어려운 시대에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떨쳐 일어난 이들뿐 아니라,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이들도 함께 조명하고 있다. 이덕만과 월명댁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부패한 관리와 한통속이 되어 점포에서 불법 무명잡세를 거둬들이던 객주와 일본인과 친분을 이어가며 매상으로 올리던 주막의 주인이다. 월명댁은 비결을 얻기 위해 마애불상으로 오르는 손화중 장군에게 계단에서 떨어져서 병신이 되거나, 벼락을 맞아 죽어버리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일본인들에게 곡식을 팔아 식량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학의 교인들이 쌀 매매를 방해하자 중간에서 챙기던 이문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앙심을 품은 것이다. 채만식의 소설 중 태평천하, 고마운 세상을 부르짖던 『태평성대』의 윤영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결국 이들은 관리의 변심, 일본인의 도주로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이고 만다.



  새로운 세상


  고부봉기를 도화선으로, 손화중 장군은 전봉준 장군과 함께 거사를 약속하고 무장에서 기포하여 동학농민혁명군이 본격적으로 결성된다. 이렇게 시작된 동학농민혁명은 역사와 마찬가지로 미완의 혁명으로 끝을 맺지만, 홍낙관은 자신을 체포하려는 관군들에게서 도망치며 미래에 희망을 건다. ‘갑오년의 성과가 멈칫거리지만 백성들의 마음과 뼛속에 사무쳐 있다. 그것은 대대손손 이어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느라 흘린 피와 땀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후손들이 사는 나라를 번영케 할 것이며 모두가 잘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꿈꾸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백성에게는 결코 오지 않는 세상이다.’ 홍낙관은 길이 아닌 길로 내달려간다. 그가 달려 나간 걸음걸음에 피어난 들꽃은 분명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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