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 특별전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 세계화 그리고 미래화
기념관운영부 학예사 박아영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이 올해로 120주년을 맞이하였다. 지난 120년간 ‘동학란, 갑오민란’ 등으로 불리며 평가절하 되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평가되고, 동시에 당시의 상황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자료들이 속속 등장하며 오늘날 ‘동학농민혁명’ 그 본래의 의미와 가치가 한층 또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에도 꾸준히 진행 중이며, 1894년 개혁의 주체로 사회의 모순을 척결하고, 외세에 맞서 자주적으로 국권을 수호하고자 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동학농민혁명이 어느 한 지역의 국지적 사건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어느 곳에 내어 놓아도 손색없는 대한민국의 대표 정신으로 가꾸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지역을 뛰어넘는 전국화, 대한민국 대표 정신으로서의 세계화,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노력을 통해 결실을 맺는 미래를 함께 그려보고자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전시는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며 첫 번째 파트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이 전라도와 충청도는 물론 경상도, 강원도, 황해도 등 함경도 지역을 제외한 조선의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중항쟁이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
동학농민혁명이 전라도 고부지역에서 전봉준 장군과 이 지역 농민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전국으로 퍼져 조선 땅 전역을 뒤흔든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동학농민혁명은 함경도 지방을 제외한 조선 전역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나며, 당시 지역이 처한 상황과 시기에 따라 각기 조금씩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예를 들면 1894년 6월 집강소 설치 후 정국의 추이를 살피며 비교적 잠잠했던 전라도 지역의 동학농민군과 달리 경기도와 충청도의 동학농민군은 청일전쟁으로 인해 마을에 보루를 쌓는 등 매우 분주하였고, 일본군의 병참선로와 전신주가 처음 설치된 경상도 지역도 이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다. 또한 황해도 지역은 타 지역의 혁명이 막을 내린 1896년까지 활동을 이어나갔다고 전해진다.
한편 조선 땅 전역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우금치전투에서 끝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전투의 패전과 지도자들의 체포로 우금치전투에서 동학농민혁명이 막을 내린 것으로 잘못 이해되어 왔지만, 동학농민군을 조선의 서남쪽으로 몰아 모조리 섬멸하려는 일본군의 진압작전과 그에 맞선 동학농민군과의 전투가 다음해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이는 충청 보은의 북실 전투와 장흥의 석대들 전투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외에 강진과 대둔산 등지에서 1895년 2월까지 항쟁은 계속되었다.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
두 번째 파트에서는 동학농민군이 추구한 삶과 가치에 주목하였다. 19세기 조선은 삼정의 문란, 이양선의 출몰 등 나라 안팎으로 매우 위태로운 상태였고, 백성들의 불만 또한 커져가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단발적 민란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 그 증거이다. 결국 참다못한 농민들은 직접 세상을 바꿔보고자 결의를 다졌고, 이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으로 표출되었다.
이렇듯 구체제의 악습과 전근대적 제도에 오랜 기간 억압당했던 백성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고자 한 동학농민혁명은 조선을 침입한 일본군에 당당히 맞서는 반외세의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동학’이라는 사상(종교)이 전국의 동학농민군을 하나로 연결하는 고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종교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선의 농민이 사상(종교)을 매개로 하나가 되어 봉건제도와 외세에 대항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움직임은 19세기말 조선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이던 그 사회에서 발생한 모순과 부정을 물리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존재하였으며, 그것은 곧 다양한 형태로 분출되었다. 독일의 농민전쟁, 인도의 세포이 항쟁과 중국 태평천국의 난 등이 대표적이며 필리핀, 싱가폴,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와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의 동유럽 외에도 매우 다양한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미래화
끝으로 세 번째 파트는 ‘동학농민혁명이 성공하였다면 이후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주제 등으로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공모한 포스터의 당선작을 기념관 로비에 전시하였다. 공모기간 동안 총 81점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그 가운데 대상 3점, 우수상 6점, 장려상 12점을 선정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상을 각각 수여하였다.
이와 같은 공모전을 진행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직접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선열들의 이상을 그림을 통해 나타내어 보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동학농민군의 희생을 더욱 값지게 빛 낼 수 있도록 현대에 사는 우리들의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자세는 무엇인지 과제를 던져주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로 동학농민혁명 정신이 전국으로, 세계 속으로 힘차게 퍼져 나가기를 바라며, 동학농민혁명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기념하고 다가올 120년을 함께 생각하고자 기획한 이번 특별전은 올해 말까지 관람 가능하며 문의사항은 063-536-1894으로 연락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