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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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겨울 62호
반란의 시대에서 혁명을 노래하다

반란의 시대에서 혁명을 노래하다

한국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주상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우리 민족이 가진 저항의 힘, 

결국 승리한 사람들의 힘입니다.


한국 헤비메탈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36년째 한 장르를 지켜온 밴드 블랙홀의 리더 주상균은 동학농민혁명을 향한 자신의 감정과 예술적 신념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우리 역사와 민초의 서사를 30년 넘게 노래해 온 몇 안되는 뮤지션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자이다.



오래 품어온 질문, 동학농민혁명으로 향하다 


  지난 6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 주최한 동학농민혁명 연구창작자 워크숍에서 그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오래도록 품어온 질문을 확인하고 확장하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로 블랙홀의 역사적 서사는 1990년에 발표한 ‘녹두꽃 필때에’로 시작된다. 당시 그는 젊은 청년이었고, 사회는 아직 동학농민혁명을 ‘반란’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이 사건을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자 금기였던 시절이다.  심지어 ‘녹두꽃’이라는 제목만으로 동학농민혁명을 떠올리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블랙홀의 ‘녹두꽃 필때에’는 시대를 거스른 노래였다. 빠르고 거칠면서도, 정직한 메탈 사운드 위에 한국사와 민초의 저항을 올린 시도는 거의 전례가 없었다. 주상균은 영어 가사가 대세이던 시절 한국어 가사를 고집했고, 당시 유행과 정반대의 곡을 내면서도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고(故) 신해철이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명반’이라 극찬한 것도 그 고집과 신념을 알아본 결과였다.


“우리 역사가 왜곡된 채 잊히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민초가 세상을 바꾸려 한 그 힘을, 누군가는 계속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초의 이름을 노래하게 한

삶의 경험


  그가 음악으로 동학농민혁명을 찾은 뿌리는 어린 시절 읽었던 한국사 전집에서 비롯됐다. 책 속에서 그는 외세에 굴복하지 않고 버텨낸 민중의 역사, 특히 백성이 스스로 나라를 지키고자 일어섰던 동학농민혁명에서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으며, 그는 ‘누가 역사에서 이름을 지우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지도자의 이름이 아닌, 민초의 이름을 노래하겠다고.


“세상이 이렇게 더디게 바뀌는 게 한탄스럽습니다. 아직도 동학농민혁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심지어 종로에 세워진 전봉준 동상의 모습조차 왜 저항의 얼굴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그의 분노는 과격하지 않다. 대신 잘 여문 곡식처럼 진득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은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그는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단순한 문장을 이야기의 끝에 꼭 덧붙인다. 나와 가족, 이웃, 그리고 공동체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것이 그가 역사와 민중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이유다.



 


블랙홀 주상균



‘잊혀진 전쟁’을 다시 부르는 목소리


  이러한 문제의식은 다른 음악으로 이어졌다. ‘녹두꽃 필때에’가 동학농민혁명의 상징적 출발점이라면, 이후 발표된 ‘잊혀진 전쟁’은 동학농민군이 끝내 목숨을 걸었던 우금치 전투를 정면으로 다룬 곡이다. 이 노래에서 그는 민초의 패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되짚는다. 억눌린 이름, 지워진 역사, 기록되지 않은 죽음들. 그는 그 침묵 속에서 살아 있는 목소리를 다시 끌어 올렸다.


“우리는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는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문장이다. 그 승리는 권력의 승리도, 국가의 승리도 아닌 민초의 승리. 역사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승리다.



마지막 여정과 염원


  현재 그는 10집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다. 36년 동안 10집 정규 앨범을 목표로 달려왔고, 이제 그 마지막 여정에 섰다. 이 앨범에도 역사적 주제가 배경이 될 것이라 말한다. “오늘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들도 10집 앨범의 중요한 소스가 될 것 같다”며 그는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독자들에게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학농민혁명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이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저도 노래로 응원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힘을 보태 주세요.”


  그의 말과 음악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동학농민혁명은 끝난 사건이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불러야 할 노래다. 아직도 ‘잊혀진 전쟁’을 기억해야 하고, ‘녹두꽃’을 다시 피워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블랙홀의 주상균은 그 노래를 36년째, 변함없이 가장 뜨겁게 부르고 있다.



(대담 및 정리: 기념재단 기획운영부 임현진)



밴드 블랙홀

주상균(보컬, 기타),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김세호(베이스)

데뷔

1989.02.07. 1집 앨범 [Miracle]

수상

2006년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앨범상, 최우수 록 싱글상



 

김세호 주상균 이관욱 이원재




블랙홀의 ‘녹두꽃 필때에’ 공연 영상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1EZj2RwfrE&list=RD11EZj2RwfrE&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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