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을 찾아서

박중규 님, 대구 2020. 1. 8.
문) 선생님, 오늘따라 겨울비가 하루 종일 내려 기온이 찬데,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을 찾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답) 저는 대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중규라고 합니다. 전주에 일이 있어 잠시 머무르는 동안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동학혁명기념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로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곳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문)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을 갖고 이렇게 기념관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부분 관람객들은 전시관을 보통 1시간 정도 둘러보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온종일 꼼꼼히 살펴보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답) 저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평소에 많이 알지는 못했지만 전시관을 둘러보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의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밑에서 순사 일을 했었는데 일본 순사가 같은 조선인을 죽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격분하여 일본 순사를 때려눕혀서 살해했다고 합니다. 그 사건 이후 할아버지는 조선인으로서 일제 총독부의 지시를 수행하는 순사 일을 한 것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만주로 가서 독립 운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광복 이후 병든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결국 병환(폐결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별세한 후에는 집안 어른들께서 마당에 무궁화를 심었다고 들었습니다. 광복 이후 집안에서는 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신 것을 오랫동안 숨기고 살았습니다. 그 당시는 광복이 되었어도 일본 잔당이 있었고 혼란스러운 시대였기 때문에 독립운동을 했다거나 과거 친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해가 미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저는 이런 사실을 아버지와 삼촌한테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둘러보면서 할아버지 생각도 났고 동학농민혁명 당시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까지 내던졌던 전봉준 장군을 비롯하여 무명의 동학농민군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문) 아 그러셨군요. 선생님의 집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답) 증조부님은 지방에서 요직을 지내셨다고 합니다. 증조부님은 상당히 많은 토지를 소유하셨는데 일본군이 그 땅에 주둔지를 만들어서 토지 반은 강제로 빼앗고 반은 헌납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합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은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대보다는 불과 20~30년 전의 일입니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시대와 그 이후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의해 험난한 세월을 보낸 우리의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 전시관을 관람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답) 솔직히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잘 몰랐는데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둘러보면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배경, 전개과정, 주요 인물, 결과 등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웠다기보다는 이런 부분도 전시를 하면 어떨까 생각한 부분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동학농민혁명 당시 관군 중에서도 동학농민군 편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상부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동학농민군들과 맞선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관군이나 민보군이었지만 차후 동학농민군이 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있다면 관련 자료를 전시하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내면적 갈등도 더욱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집안 내력 때문인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리고 전시뿐 만 아니라 영화나 공연 분야에서도 이런 소재를 많이 다뤄줬으면 합니다.
문) 선생님의 의견을 전달하여 연구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봄에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방영된 드라마 ‘녹두꽃’에서 형제이지만 형은 동학농민군으로, 동생은 동학농민군의 토벌대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통해 갈등과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이런 부분은 영화나 뮤지컬, 연극과 같은 예술분야 통해서 좀 더 섬세하게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동학농민혁명이 공식적으로 국가기념일로 제정·공포되어 광화문 광장에서 기념식이 개최 된 이후 국민들에게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인식이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영화, 뮤지컬, 연극 등과 같은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이 제작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선생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요. 끝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길 바랍니다.
답)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어난 일들은 비단 그 시대만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는 나라를 지키고자 외세와 싸웠다면, 지금은 같은 민족끼리, 같은 사회에서, 심지어 가족, 개인에서도 분열과 반목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왜곡·축소된 채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졌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하면 ‘녹두꽃’을 연상하듯이 녹두꽃이 만개한 성숙한 사회, 모든 사람이 존중받고 화합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김정주 님(위 우측 첫 번째), 전북 부안 2020. 1. 14.
학교 다닐 때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배워서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을 갖고 직접 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들으면서 동학농민군들이 왜 일어났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조병갑의 수탈, 관료들의 부정부패, 매관매직이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기득권 세력이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집안도 아버지께서 농사를 힘들게 지어서 자식들 공부시켰고 덕분에 학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부안 계화에서도 농사를 많이 짓는데 외지 사람들이 땅을 많이 사들이고 농민들은 임대료를 내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해 쌀값이 많이 떨어져서 농가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는데 갑오년 동학농민혁명 때나 지금이나 농민들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강광(전 정읍시장) 님과 부인, 전북 정읍 2020. 1. 16.
새해, 첫 달은 우리 고장의 문화와 역사를 대표하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알아보자 해서 이렇게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읍 시장 재직 때도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제정에 힘을 기울였는데 작년에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공포되고 기념식까지 치르게 되어 참 감개무량 했습니다. 지금은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선양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에 되고자 전국을 다니며 문화와 역사를 탐방하는 정읍시문화역사답사회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서상엽·이영수 님, 광주 2020. 2. 4.
예전에는 ‘동학농민혁명’하면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랬는데 최근에는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고 역사적으로도 재정립되어 다행이고 참 좋습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정읍 고부 군수 조병갑이 백성들을 수탈하였는데 그 조병갑이 관직에 복귀하여 동학 2대 교주였던 최시형 선생을 판결하지 않습니까?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얘기하듯이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이런 기념관에 와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북 부안군 어르신들, 전북 부안 2020. 1. 15.
저희는 부안 백산면에서 왔는데요. 전북 부안지역 역시 백산봉기가 있었던 동학농민혁명의 고장입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전에도 왔었지만 자세히는 못 봐서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사진을 모아 전시한 기획전은 저희 어릴때 생활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지난 해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방영된 ‘녹두꽃’ 드라마도 잘 봤는데 이렇게 기념관에 와보니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기 기념관에서 멀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으니 기회가 되는대로 다시 오고 싶습니다.

박채아·박태규 님 / 이서윤·이태윤 님, 광주 2020. 2. 4.
이번 방학에 역사탐방 계획이 있었는데,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기념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엄마한테 처음 배웠는데 작년 ‘녹두꽃’ 드라마를 보면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 와서 전시관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 같아 슬펐고, 친구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녀님, 전북 전주 2020. 2. 4.
저는 이번에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내가 몰랐던 역사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역사는 몇몇 지도자가 이끌어 가지만, 그 역사를 이어가는 주역은 민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의(義)를 위해서 목숨을 희생한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반듯하게, 바르게, 열심히 살아가야겠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