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염원이 담길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 조경진

 
문) 조경진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로서, 공원계획 및 설계와 도시조경 프로젝트 기획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현재 서울시 공원녹지 총감독으로 일하고 있으며, 마곡 중앙공원 총괄계획가로서 서울에 최초로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한 공간계획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순천만정원박람회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PA와 배곧신도시 공원녹지계획안 설계공모 PA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문) 이번에 저희 재단에서 진행 중인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조성사업에 큰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답)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사업에서 제가 맡아 진행한 일은 설계공모의 전문위원, 영어로 말하자면 PA(Professional Advisor)입니다. 전문위원의 역할은 초기 기획자로서 여러 추진위원분들의 생각을 잘 담아내어 좋은 설계안의 선정하는 일을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2012년 수립된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기본계획안을 검토하여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지침을 준비하였습니다. 좋은 지침은 좋은 설계를 가능하게 되는 기초적인 작업입니다. 또한 우수한 설계안을 선정해주실 여러 분야의 심사위원을 모시는 일을 담당하였습니다.
문) 설계공모 중 교수님께서도 전문위원으로서 참여하셨는데요, 어떤 사항에 중점을 두고 기념공원 설계공모를 진행하셨나요?
답) 전문위원으로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백진 교수와 함께 기념공원 설계공모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논의하였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새롭게 조성되는 기념공원이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철학을 잘 담아내는 건축과 조경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황토현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확산되었던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는 장소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고, 이는 현재의 당선작에 잘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기념공원의 필요성과 역할은 어떠한 것일까요?
답) 우리의 땅은 산 역사의 장입니다. 산천 산하를 답사하다보면 그 곳에서 벌어졌던 역사의 사건과 선조들의 기품 있는 정신을 마주하곤 합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은 박제화 된 기념공간의 틀에서 벗어나 동학농민혁명의 현장성을 체험하는 장소이자 전국에서 일어났던 혁명의 역사를 집약적으로 경험하는 거점이 되어야 합니다. 지나간 아픔의 역사를 공유하는 장소이자, 시간과 대화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미래세대가 이곳에 방문하여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소가 되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기념공원 자체만으로 특별한 매력이 있어 또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은 이런 공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롤모델이나 이미지가 있으실까요?
답) 모든 새로운 프로젝트에 적합한 모델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각자 고유한 배경과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죠. 치열한 공부와 상상력 그리고 장인정신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다만 여러 기념공간에서 느끼는 경험의 구조는 유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깊은 감명을 받은 사례를 하나 소개해보자면,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의 어두운 지하 전시실에서 여러 희생자들이 남긴 일기 속 글들을 보며 한참동안 깊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새로 조성될 기념공원이 이처럼 방문자에게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주었으면 합니다.
문) 설계공모 당선작에 대한 짤막한 평과 향후 기념공원 조성 시 개선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 심사위원회의 심사평을 인용하겠습니다. “당선작은 황토현이 지닌 역사를 치밀하게 조사하여 설계안에 반영하는 동시에 땅이 지닌 기억을 어떻게 현재의 풍경에 담을 것인가를 설득력 있는 계획안을 통해 보여주었다.” 심사평 전문이 워낙 잘 작성된 글이기에 독자 분들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설계공모 홈페이지 www.1894.co.kr의 당선작 소개-심사평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선작은 설계지침이 요구하는 방향에 잘 부합하였고 땅에 담겨진 역사와 황토현이라는 장소를 존중한 겸허한 설계안으로, 이러한 측면이 당선작의 미덕입니다. 앞으로 실시설계 과정을 통해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고 디테일이 뛰어난 작품이 완성되길 바랍니다.
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답)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 담길 장소입니다. 이전의 기념공간과는 다른,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공간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단계까지 일관성 있게 프로젝트를 책임질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한 좋은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