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년의 먼 길을 돌아, 서울에서 피어난
'대동(大同)의 꽃'
최두현ㅣ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기획운영부장
서울, 서울, 서울!
이곳은 시대의 중심을 향한 뜨거운 열망과 변방의 소외감이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성취의 장소였고, 누군가에게는 거부감 섞인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132년 전 동학농민군이 목숨을 걸고 가닿고자 했던 ‘새로운 세상’의 목적지이기도 하였다.
1894년 동학농민군은 서울로 진격하여 부패한 조선 정부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조선을 침략한 외세 군대를 몰아내려 하였다. 이들의 꿈은 일본군의 강력한 군사력 앞에서 우금티와 논산, 태인, 장흥, 홍천, 하동 등 전국 곳곳의 전투에서 좌절되었다. 이후 수년 동안 계속된 동학농민군 색출·진압으로 많은 동학농민군이 고향을 떠나고, 체포되고, 재산을 몰수당하고, 그리고 다수가 처형되었다. 진압군과 외세가 차지한 역사는 이들을 반역과 반란으로 몰아세웠다. 희생된 동학농민군과 유족들은 그렇게 긴긴 세월 동안 숨어 지내고 외면받으며 살아야 하였다.
2026년 5월 11일. 동학농민군이 그토록 바랐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염원이 다시 서울에서 피어올랐다.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이 이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거행되었다. ‘동학농민혁명, 오늘의 빛이 되다’를 주제로,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 동학농민군 후손과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단체 관계자, 정관계 인사 등 400여 명이 모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새로운 민중혁명의 역사를 만든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선양하고 그날의 함성을 재현하였다.
이재명 대통령, 동학농민혁명을 우리 민주주의 뿌리로 인정
그리고 이날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졌다. 2019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의 기념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 모두가 잘사는 대동세상을 꿈꾸며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던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우리의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었고, 독립운동과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을 거쳐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면면히 이어져, 대한민국을 세계가 주목하는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로 활짝 꽃피운 원천이 되었다”고 혁명의 가치를 평가하였다.
2019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이 시작된 이래 처음 나온 대통령 메시지는 단순한 기념사를 넘어, 동학농민혁명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공식적인 ‘뿌리’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인식과 판단은 향후 동학농민혁명 정신 선양과 헌법 전문 수록, 서훈 등 관련 제도 개선, 유족의 명예 회복 등에 큰 진전을 가져올 나침반이 될 것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대통령의 메시지가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기념사업단체, 역사학계, 시민사회 등과 꾸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2026년에 새롭게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으로 인정된 631명에게 유족등록통지서를 전달하였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반란과 동학난으로 폄하되거나 왜곡된 채 지나왔던 아픔을 씻는 자리였다. 국가 차원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 회복 조치는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특별법에 따라 당시 조선 정부 및 진압군 기록 등에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확인하고 조사위원회와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고증과 심의 과정을 거쳐 그 후손에게 유족등록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유족등록통지서, 국가가 보낸 응답
외형상으로는 간단한 종이 한 장이지만, 그것은 100년 이상 이어온 왜곡과 불명예를 바로잡는 국가가 보낸 응답이었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과 정탄진 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으로부터 신규 유족 대표로 유족등록통지서를 받은 김재록 님은 전남 광양에서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김유태 참여자의 후손이다. 그는 “이제야 역사 현장에서 쓰러진 조상이 명예를 회복해 더없이 뿌듯하다”며 “국가가 아직 찾지 못한 수많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발굴에 더 노력해 주길 요청”하였다. 이어진 기념공연에서는 극단 한홀과 브릴란떼 어린이합창단이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동학농민혁명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밝힌 공연을 선사하였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한달문이 감옥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등을 주제로, 동학농민군의 보국안민 정신과 자주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한 염원을 담아냈다.
132년 전, 미처 닿지 못했던 한양의 문턱을 넘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울려 퍼진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 커다란 이정표였다. 그럼에도 일부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이는 동학농민혁명이 우리 역사의 완전한 주류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뜨거운 갈망’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그 갈망이 실현되도록 정부 및 관계기관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다음 기념식에서는 대통령과 유족이 손을 맞잡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132년 전의 함성은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 되었다. 재단은 이 울림이 멈추지 않도록 선양 사업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주요 참석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준병 국회의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인준 천도교 교령, 이용철 국가기록원장, 정탄진 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 고재국 전국동학농민혁명연대 대표, 노홍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권한대행,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황기연 전라남도 부지사, 유호연 정읍시장 권한대행, 김영식 고창군수 권한대행, 박상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 이행봉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임문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등 400여 명 참석 |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 다시보기▶https://www.youtube.com/watch?v=oPxfN7p1bW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