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시작하는 역사 바로 세우기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이강수

문) 이강수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 반갑습니다.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이강수입니다.
문) 어떤 계기로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게 되셨습니까?
답)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대의를 알리기 위해 100주년을 기하여 1994년 1월 4일 창립하고 2007년 4월 25일 사단법인으로 변경·설립하여 운영해 왔으나,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인식이 부족하여 고창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전국적 관심제고와 올바른 역사의식고취를 위해 군수인 제가 2007년부터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 이사장님께서는 동학농민혁명과 어떤 인연이 있으십니까?
답) 동학농민혁명의 출발점이 된 무장기포지는 현재 공음면으로 제 고향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어르신들에게 옛날이야기처럼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들어왔는데, 그것이 실제 우리에게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는 것은 성장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내 고향에서 일어났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고 후손으로써 당연히 선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2002년부터 고창의 43, 44, 45대 군수를 역임하셨는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병행하시기 힘들지 않으셨나요?
답)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사업 및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민간단체인 기념사업회 만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행정에서도 일정 부분 지원과 관심을 가져 민·관이 함께 고창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고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힘들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처음 기념사업회가 조직되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고창군민들의 마인드가 매우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가 먼저 알아야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세계화가 가능한 것 아닐까요?
문) 무장봉기 기념제때면 항상 진군행렬 맨 앞에서 진격로 걷기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답) 저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군민과 함께 걷는 것이기 때문에 힘든 줄을 모르고 매년 행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함께 걸으면서 군민 여러분과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사생활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말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저에게는 매우 뜻깊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걷기운동은 체력, 체중, 체형, 체질에 관계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머리가 맑아지고 두통예방과 불면증 해소에도 효과가 좋아서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에도 매우 유익한 운동이기도 하고요.
문) 오랜 시간 동학농민혁명 정신선양을 위해 활동하셨는데, 어떤 일들을 해 오셨는지 간략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답)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선양하기 위하여 5대 핵심과제를 선정하여 내실 있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스 원작을 만들어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동학농민혁명 자료집 발간 및 소설 창작, 동학농민혁명 역사기록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무장기포일을 기념하고 동학농민혁명 학술연구, 문화사업에 기여한 유공자 시상사업으로 2008년부터『녹두대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여 나가고 있습니다. 넷째, 무장기포지의 중요성을 대내외적으로 부각하여 동학농민혁명의 요람으로 우뚝 설수 있도록 동학농민군 진격로 걷기체험, 포고문낭독체험, 관아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동학농민혁명 관련 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전국적 축제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인 무장기포지, 전봉준장군 생가터,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손화중 도소 및 피체지, 무장현 관아와 읍성, 고창읍성, 동학농민혁명군 진격로, 흥성동헌, 정백현 생가, 동학농민군의 숙영지인 왕제산 훈련장 테마파크 조성 등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문) 올해 동학농민혁명이 12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에서는 어떤 사업을 추진 중이십니까?
답) 2주갑을 맞은 동학농민혁명의 함성을 기억하고 그분들이 이루고자 했던 자주와 평등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발전하기 위해 동학농민혁명 일대기를 역사기록화 하여 기획·전시하였으며, 스토리텔링사업으로 창작소설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과 의병연구서 ‘고창동학농민혁명과 의병’을 발간하는 등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선양하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25일 무장기포 기념행사에서 『태권도로 표현하는 동학농민혁명 뮤지컬』도 공연하였고, ‘인내천-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주제로 『영호남 역사기행』을 추진하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관내 교사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유적지 탐방을 통해 역사의식과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켜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동학농민혁명 정신·마인드 향상을 위해 『군민정신 선양대회』를 하반기에 계획하고 있습니다.
문) 자랑하고 싶으신 고창의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는 무엇입니까?
답) 고창에는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유적지가 무장기포지와 전봉준 생가터, 무장읍성,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등 총 21개소가 있습니다. 그 중 5개소는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국가예산으로 관리하고 있고, 미지정 16개소의 동학농민혁명 유적지가 있습니다. 특히 무장기포지는 포고문을 발표하고 군·현단위를 넘지 못했던 지역적 한계를 딛고 전국적 혁명의 첫 출발지가 된 곳입니다. 고을 경계를 넘어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전봉준 생가터는 동학농민군의 최고지도자 전봉준이 1855년 12월 3일 이곳에서 서당훈장을 하던 전창혁의 아들로 태어나 13세까지 살았습니다. 이 두 곳은 올해 전라북도 지정문화재로 등재하기 위해 신청·준비 중에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동학농민혁명 2주갑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이기 때문에 이러한 유적지가 그대로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루 빨리 문화재로 지정되어 철저한 관리를 통해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로서의 당당한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야 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 그 외에 고창에 대해 알리고 싶으신 것이 있으실까요?
답) 고창은 선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과 바다, 갯벌과 드넓은 평야 등 천혜의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어 관광의 보고로 꼽히는 지역입니다. 또 전국적으로 유명한 황토배기수박, 복분자, 풍천장어 등 특산물이 풍부하고, 무엇보다도 2013년 5월에 설악산 국립공원, 제주도, 신안 다도해, 광릉숲에 이어 5번째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고창군은 국내 최초로 행정구역전체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 전국에서 으뜸으로 깨끗한 환경을 가진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세계화⋅미래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답) 동학농민혁명은 보수 양반 계층의 연합세력과 이들이 끌어들인 외세에 의해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맥은 항일의병항쟁, 3·1운동, 상해임시정부 및 광복군 활동 등 민족운동과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농민혁명, 프랑스 시민혁명, 중국 태평천국혁명과 함께 국내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의 실천적 형태로 발전했다는 점과 피지배계층의 절대다수인 대규모 농민들이 참여하여 개혁의 주체세력으로 성장하였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사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을 단지 120년 전에 일어났던 지난 과거의 역사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는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외세의 간섭과 침략을 받아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120년 전인 과거나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진실을 바로 알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자유·평등·자주의 정신을 되새김으로써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의 어려운 상황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동학농민혁명의 미래화, 세계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 기념재단에 바라는 것이 있으십니까?
답) 동학농민혁명은 어느 지역의 역사가 아니라 전국의 농민들이 들고 일어난 혁명입니다. 이것을 마치 자기지역만의 역사인 것처럼 인식하는 지역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어 동학농민혁명의 기본정신이 바로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로 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하여 동학농민혁명의 진정한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해 힘써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답) 국가기념일 제정에 관한 것입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된 2004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논의를 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기념일 제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법을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기념일이 금년도에는 꼭 제정되어 동학농민혁명 정신선양과 원활한 기념사업이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