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로(文章魯) : 충청도 태안 동학농민군의 핵심 인물

조재곤 (덕성여대 연구교수)

  동학입도와 봉기

  문장로(1846～1919)는 남평 문씨로 충청도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출신이다. 이 지역은 1893년 예포 대접주인 상암 박희인(일명 : 덕칠)이 옹기장수로 변장하고 전교를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동학에 들어갔는데 문장로도 이때 입도하였다. 그는 이후 접주와 포장을 맡았다. 당시 충청도 서부지역은 박인호의 ‘덕포(德包)’와 박희인의 ‘예포(禮包)’를 중심으로 동학교도가 결집되었다. 이들은 최시형 중심의 동학교단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북접농민군이었다.

  전국적으로 동학농민군의 2차 봉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무렵인 1894년 10월 태안군수와 서산군수가 내포지역 농민군 지도자 30여 명을 처형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태안 지역 동학 지도자들은 접주 문장로의 집에 모여 대규모 봉기를 결의하였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본포에서 징을 울리면 그 소리를 듣고 바로 응하여 일제히 우리 포(包) 관내는 일시에 전광과 같이 모이며, 한편으로 각처에 갇힌 두목을 일일이 방출하기로 약속하니 9월 그믐[양력 10월 28일]이었다. 그 때 방갈리 문장로 집을 위시하여 밤에 각처 두목 몇 사람이 모의하던 중 급보를 접한 이북면 포지리 접주 장성국은 밤에 횃불을 들고 갯벌 10리 길을 달려 원북면 방갈리 접주 문장로 집에 와서 사방에 치보하였다”

  이날은 북접 법헌 최시형으로부터의 일제 봉기 지시가 내포지역에 도착한 날이기도 하다.

  태안 동학농민군의 활동

  문장로의 집에 모인 동학농민군 지도자들은 다음날인 10월 29일 이치봉을 북부대장에, 안현묵을 기수대장으로 정하고 세력을 합해 수천 명이 태안읍으로 운집하였다. 10월 30일에 농민군들이 관아를 점거하고 건물을 불태운 후 체포된 지도자들을 구출하는 한편 안무사 김경제와 태안군수 신백희를 칼로 처형했다. 서산군수 박정기도 이때 처형되었다. 이후 태안과 서산의 동학농민군은 해미와 홍성으로 자리를 옮겨 정부군 및 민보군과 싸워 크게 이겼고, 면천과 덕산을 지나 예산의 신례원에 진을 치고 머물렀다.

  이 지역은 홍주목사 이승우를 정점으로 민보군 세력이 매우 강한 지역으로 관군과 연합하여 대규모로 진을 치고 공격하였지만 농민군들은 동요치 않았고 오히려 각처에서 그들을 크게 물리쳤다. 그러나 해미성 전투 이후 농민군들은 연합토벌군에 패하여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체포된 사람들도 총살되거나 목을 잘리는 등 잔인한 보복이 이어졌다. 문장로와 같이 거의했던 이치봉도 민보군에 체포되어 근흥면 수룡산에서 작두로 목을 잘려 처단되었고 가족들은 설악산으로 도망하였다.

  갑오년 이후의 문장로

  문장로는 안면도, 광천, 공주, 천안 등지의 토굴과 산중에서 10여년 간 피신생활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홍주목사는 그의 체포를 위해 현상금을 걸고 방을 붙였으나, 공주감사 또한 체포령을 내렸다 한다. 관군과 민보군으로부터 대대적인 탄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후 동지들과 함께 교리와 규칙 등을 설유하고 동학교단을 재조직하는데 꾸준히 노력했다. 그는 1895년부터 비밀리에 조직을 재건하고, 1897년에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1901년에 가면 예포 관내 각처에서 조직에 가입한 호수만 해도 5,000여, 인원은 17,000여 명으로 확대되었고, 따라서 각 포주, 포장과 통운, 통신을 새롭게 정하게 되었다 한다. 문장로는 1904년 이후 예산군 신암면 탄중리에서 생활하다가 1919년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