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단, 동학농민혁명의 혼을 찾아서
동학농민혁명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한 콘텐츠를 생산하여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창출하기 위하여 2012년 8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었다.
전승이야기부분 대상을 수상한 ‘오동단, 동학농민혁명의 혼을 찾아서’(최성기, 이영근, 황다비 공저, 애니메이션스토리)의 세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난 이야기 – 오동단과 5대 장군들이 교룡산성에 도착하자 무관별장들이 그들을 막아섰지만, 사발통문 조각을 찾으러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을 비켜준다. 아이들은 교룡산성을 철저하게 탐색하여 버려진 우물 안에서 사발통문 조각을 찾아냈으나 조덕배 일당이 그들을 뒤쫓아 들어와 위기일발의 상황에 놓인다. 김개남 장군은 호동의 몸에 빙의하여 조덕배 일당들을 혼내주고 일행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교룡산성을 떠나 두 번째 사발통문 조각을 찾기 위해 백산으로 향하던 중 명석과 에디는 일행과 떨어져 길을 잃게 되고, 손화중 장군의 인도에 따라 백산을 찾아간다. 길을 따라 걷던 손화중 장군은 회상에 잠긴다.
부패한 고부 군수 조병갑을 내쫓고 해산한 농민군들에게 찾아온 것은 안핵사 이용태의 탄압이었다. 그는 고부봉기의 참여자들을 찾아낸다는 이유로 군졸을 풀어 농민들의 재산을 강탈하고 폭행하였으며 봉기에 참여한 자들을 무참히 살해하였다. 조병갑에게 승리를 거두었던 농민들은 이에 맞서 다시 한 번 자진하여 결사의 뜻을 모았고, 전봉준 장군과 손화중 장군은 무장에서 기포한 뒤 모든 농민군들에 백산에서 집결할 것을 알렸다. 전라도 지역의 거의 모든 농민군들이 백산대회에 참여하였다. 총대장으로 선출된 전봉준 장군은 각지에서 모여든 농민군들 앞에 서서 포고문을 발표하였으며 총관령, 총참모, 영솔장으로 임명된 5대 장군의 이름을 호명하였다. 백산에서 군세를 정비하고 완연한 군대의 모습을 갖춘 동학농민군은 태인 관아를 점령하고 금구현 원평까지 진군하였다. 그러나 전주에서 감영병이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일시 남하하여 고부 황토재에 진을 쳤고 그들을 추격해 온 감영병도 황토재 아래 진을 쳤다. 정식으로 훈련받은 감영병은 동학농민군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기에 첫 번째 전투에서 이들에게 승리하여 사기를 드높이는 것이 혁명의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 되리라는 것을 손화중 장군은 잘 알고 있었다. 이리저리 고민하던 손화중 장군은 한가지 꾀를 내었다. 깊은 밤에 모두가 잠든 것처럼 위장하고 숨어서 감영병들이 야습을 해오길 기다리다가 역으로 기습을 하자는 계책이었다. 불을 모두 끈채로 기다리자 예상대로 감영병이 야습을 시도하였고 아무것도 모른 채 진지 깊숙이 들어온 그들은 농민군에게 완전히 포위당하여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이 전투가 바로 농민군의 힘을 부패한 관리들에게 똑똑히 보여준 황토현 전투였다.
“잠깐!” 최경선 장군이 일행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나무 위로 날아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올라오던 산 길 부근에서 수상한 무리가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일행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낸 최경선 장군은 홀로 나무 사이에 숨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서너명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최경선 장군은 가까운 풀숲 사이에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무리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최경선 장군을 발견하고 의아해했다. “영감, 여기서 뭐하는 거요? 여긴 주인 있는 산이니까 당장 내려가시지.” 최경선 장군이 느릿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 곳은 누구의 땅도 아니오. 백성들의 의지가 서린 곳이며, 누군가의 피로 적신 곳일 뿐.” 장군의 말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대꾸했다. “웬 산신령 같은 영감이야? 여기는 조덕배 사장님의 땅이란 말이오! 말이 안 통하면 산 아래로 패대기 쳐버리는 수가 있어!” 그가 말을 마치자 최경선 장군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남자들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형님, 그 영감 혹시 귀…귀신 아니에요?” 잔뜩 어깨를 움추러트린 채로 말하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호통을 쳤다.
한편 오동단은 큰 나무 밑에서 다른 일행을 기다린다. “참나, 명석이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을 것 같아…….” 호동이가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걱정 마, 호동아. 네 배는 아직 빵빵하다구.” 태일이 웃으며 대꾸하자 아이들과 장군들이 다함께 하하호호 웃는다. 그 때 명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얘들아~!” 명석이와 에디가 그들 쪽으로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한참동안 말을 못 잇고 숨을 몰아쉬어댔다. 다솜이가 에디의 등을 두들겨 주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뛰어온 거야?” 명석이는 숨을 몰아쉬며 찡그린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수상한 사람들이 뒤를 따라 올라오고 있는데, 이 산이 조덕배의 것이라면서 우리를 끌어다 내쫓으려고 했어. 헥, 손화중 장군님과 최경선 장군님은 정상에서 그들을 막겠다면서 우리끼리 여기로 보낸 거야.” 전봉준 장군이 말한다. “동학농민군의 집결 이래로 백산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다. 이 곳은 오로지 백성의 순수한 의지가 모여들었던 곳이지. 우리도 장군들을 도와야 할 것 같구나.” 나무 밑에 기대 앉아 있던 김개남 장군이 기지개를 켜며 거구를 일으킨다. “그럼 어디 한 번 가볼까?” 일행은 일제히 백산의 정상으로 향했고, 얼마 안 가 도착한 백산의 정상에는 백산창의비가 홀로 서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무리는 어느 덧 정상부근까지 올라왔다. 여전히 주변 풀숲을 마구 헤집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대장으로 보이는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윽박지른다. “얌마! 말 할 시간 있으면 나무라도 올라 찾아봐!” 사내 한 명이 나무를 오르고, 산 정상 쪽을 올려다보는 중 무언가가 반짝 하는 것을 목격했다. “어라, 형님! 저기 뭐가 있는데요!” 사내가 가리킨 백산 정상에서는 최경선 장군의 그들에게 새총을 겨누고 있다. 사내들은 정상 쪽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그들의 앞에 5대 장군들이 나타났다. 감자기 나타난 장군들을 보며 놀랐는지 선글라스 사내가 “이것들은 또 뭐야? 영감들이 단체로 소풍 왔냐?”라고 소리를 지르며 전봉준 장군의 소매를 잡아채려 팔을 휘둘렀지만 팔이 소매를 그냥 통과했다. 선글라스 사내는 균형을 잃고 허우적대며 넘어졌다. 최경선 장군이 손을 들어 올리자, 정상 쪽에서 돌멩이들이 날아왔다. “으아악! 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사내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장군들은 그들 사이를 빠른 속도로 휙휙 날아다니며 겁을 줬다. 소스라치게 놀란 사내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반쯤 뛰고 반쯤 구르며 도망쳐 내려갔다. 정상 위의 오동단은 새총으로 돌멩이를 쏘아 사내들을 쫓아 보낸 에디를 둘러싸고 다 같이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그 순간 으스대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태일의 눈에 높은 나무 위에서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들어왔다. 태일이 나무에 올라 확인해보니 나무의 홈에 천으로 칭칭 싸인 양철통이 들어있다. 양철통을 들고 내려와 천을 풀어보자 나머지 이름들이 적힌 사발통문 조각이 나왔다. 이미 가지고 있던 조각과 발견한 조각을 합치자 문서에 적힌 이름들을 모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동학농민군의 집결을 위해 백산에 올랐던 전봉준 장군을 비롯한 5대 장군들은 다시 한 번 옛 동료들의 이름을 읽으며 그 때의 결의를 상기했다. 그리고 이 땅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그들의 오명을 씻어줄 것을 다시 한 번 손을 모아 맹세하였다. 장군들을 지켜보는 아이들도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태일을 시작으로 장군들의 두터운 손 위에 차곡차곡 작은 손들을 쌓으며 맹세를 보태었다.
백산의 정상에서 둘러앉은 오동단은 명석과 에디가 사온 빵을 나눠 먹었다. 사발통문의 조각을 하나 더 찾아서인지 한결 신이 난 모습이었다. “장군님들은 안 드세요?” 명석이가 장군들에게 물었다. 김덕명 장군이 흐뭇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는 이제 먹을 필요가 없어서, 어쩐지 냄새만 맡으면 배가 부르단다. 그 동안 여기저기 제삿밥 냄새만 맡고 다녔지.” 다솜이는 새침하게 빵을 떼어 먹었고, 옆에 앉은 호동이는 누가 잡아갈세라 허겁지겁 빵을 먹어 치운다. 배불리 먹고 난 호동은 만족스럽다는 듯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휴, 이제야 배가 등에서 떨어진 느낌이야.” 태일이 또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호동아, 네 배는 아까나 지금이나 호빵처럼 부풀었다구.” 장군들과 아이들은 모두 하하호호 웃었다.
어두운 방안에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와 몇몇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서있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선글라스의 사내는 부하들을 대동하고 백산에서의 일을 어떤 그에게 보고했다. “저, 사장님, 산에, 산에서 산신령이 나왔습니다! 그놈이 부하들을 데리고 저희를 그냥……!” 의자에 앉아 말을 듣고 있던 사내가 말없이 손짓을 하자 곁에 서있던 검은 사내들이 그들을 끌고 나간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아우성이 들려오지만 사장이라 불린 남자는 말없이 곁에 앉아있는 커다란 개를 쓰다듬는다. “그깟 종잇조각 하나를 못 찾아와서는……. 쓸모없는 것들.” 나지막한 중얼거린 그는 옆에 서있던 덩치 큰 남자에게 손짓을 했다. 덩치 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문을 나섰다. 검고 큰 개가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