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단, 동학농민혁명의 혼을 찾아서
동학농민혁명 스토리텔링 공모전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한 콘텐츠를 생산하여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창출하기 위하여 2012년 8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었다.
전승이야기부분 대상을 수상한 ‘오동단, 동학농민혁명의 혼을 찾아서’(최성기, 이영근, 황다비 공저, 애니메이션스토리)의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난 이야기 – 서울에서 정읍초등학교로 전학 온 전태일은 정읍 사남매와 급속도로 친해지고 이들과 함께 오동단을 결성하여 정읍의 말썽꾸러기로 자리매김한다. 어느 날 태일은 아이들이 귀신이 나온다며 두려워하는 학교 뒷산 중턱의 집에 찾아갔다가 그곳의 귀신같이 생긴 할아버지가 보여준 위패에서 혼령이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놀라 도망친다. 다음날 오동단 모두가 다시 그곳으로 찾아가 동학농민혁명 5대 장군의 혼령과 만나게 된다. 장군들은 오동단에게 동학농민혁명이 대한 진실과 잃어버린 사발통문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동단은 5대 장군과 힘을 합쳐 사발통문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첫 번째 단서가 있는 교룡산성으로 출발한다.
오동단과 5대 장군들의 정체를 모르는 동학농민혁명 당시의 무관별장들이 교룡산성을 지키기 위해 그들 앞을 막아선 것이다. 아이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무관별장들에게 5대 장군들의 이야기와 자신들이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무관별장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5대 장군들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100년 이상의 시간을 넘어 5대 장군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들도 탐관오리들의 행패와 외세의 등쌀에 바람 앞 등불 같은 국운을 알고 있었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군들과 대립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관별장들은 그들에게 뜻밖의 단서를 전해주었다. 오랜 시간 교룡산성을 지켜왔던 이들은 과거 조병갑의 아들이 사발통문의 조각을 들고 오는 것을 목격했으며, 그것을 성벽 너머의 우물 안에 숨기는 것을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또한 교룡산성의 우물들은 오래전 모두 말라버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그 중 몇몇은 아예 없어져 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무관별장들은 길을 비켜주었고 오동단과 5대 장군들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성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 안에는 수십 개의 우물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오동단과 5대 장군들은 모두 흩어져 사발통문이 숨겨져 있는 우물이 어떤 것인지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솜이는 조그만 단서라도 찾아내기 위해 우물 안으로 머리를 숙여 꼼꼼히 살펴보았다. 명석이는 머리를 써야 한다며 들고 있던 역사책을 펼쳐 교룡산성에 대한 설명들을 열심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호동이는 어느새 우물을 찾는 데는 뒷전이고 어디선가 가져온 사과를 크게 한 입 베어 물고 있다. 에디는 아무 말 없이 우물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때, 명석이가 아이들에게 외쳤다. “바로 저기야! 세 번째 우물에 사발통문의 조각이 숨겨져 있을 거야. 과거 동학농민혁명이 끝났을 때에 고부군수 조병갑이 저 세 번째 우물에 농민들의 혼이 살고 있다면서 입구를 막아버렸었대.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막아뒀던 것이 썩어 없어진 것 같아. 조병갑의 아들은 분명 저 속에 사발통문의 조각을 숨겼을 거야!” 오동단과 5대 장군들은 명석이의 말을 듣고 모두 세 번째 우물 앞에 모여섰다. 아이들은 의논 끝에 사발통문 조각을 찾아 우물 밑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우물은 깊고 어두워서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우물 밖에 연결되어 있던 밧줄을 붙잡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태일을 선두로 다솜이, 명석이, 에디, 그리고 호동이가 뒤를 따랐다. 5대 장군들은 스르륵 몸을 움직여 우물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우물의 중간쯤 내려갔을 때 마지막으로 내려오고 있던 호동이의 손이 미끄러져 잡고 있던 밧줄을 놓쳐버리고 바로 밑에 있던 조그만한 에디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에디마저 밧줄을 놓쳐버렸고, 아이들은 도미노처럼 동굴 밑으로 우르르 떨어져버렸다. 잠시 후 아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바라보니 동굴 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5대 장군은 오동단 앞에 작은 불빛을 비춰주었고 오동단은 흩어져 사발통문 조각을 수색해 나갔다. 잠시 후 태일은 멀리 작게 반짝거리는 어떤 물체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찾았어! 바로 여기야! 여기에 우리가 찾던 조각이 있어! 빨리 와봐! 장군님들! 어서요 어서!!” 태일이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에 사발통문의 한 조각이 땅속에 반쯤 드러나 있었다. 태일은 황급히 땅에서 사발통문 조각을 파내들고 활짝 웃어보였다.
그 순간 아이들은 누군가가 우물로 내려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조덕배의 일당이 그들의 뒤를 쫒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태일은 사발통문 조각을 품에 안고 주위에 나갈 곳이 있는지 재빨리 두리번거렸다. 명석은 책을 꺼내들고 아까 우물의 단서를 찾았던 페이지를 급하게 읽어보았다. “이 우물들은 과거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거래. 아마 저쪽으로 가면 다른 우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오동단과 5대 장군은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그쪽에는 명석이의 말대로 다른 우물의 입구에서 빛이 비춰 들어오고 있었다. “이쪽으로 올라가면 나갈 수 있을 거야!” 5대 장군들은 아이들을 먼저 우물 밖으로 내보내고 뒤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개남 장군이 마지막으로 올라가려던 차에 어느새 조덕배 일당이 바로 뒤까지 바짝 쫒아왔다. 그러나 혼령인 김개남 장군은 조덕배 일당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위에 올라가 있던 호동의 육체를 빌리기로 했다. 호동의 몸에 빙의한 김개남 장군은 우물로 뛰어내려 조덕배 일당을 막아섰다. “꼬마야, 네 친구가 사발통문 조각을 가지고 있지? 너는 볼일 없으니 얼른 저리 비켜!” 조덕배는 호동의 모습인 김개남 장군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슬쩍 밀어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덕배 일당은 교룡산성에서 동학농민군을 이끌었던 바로 그 김개남 장군이 이 자리에 있는 줄도 모른 채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협박하여 쫓아내려 했다. 김개남 장군은 그런 협박에도 아랑곳없이 무쇠 같은 팔을 휘둘러 순식간에 조덕배 일당을 혼쭐내 주었다. 호동이의 몸에서 나오는 김개남 장군의 무시무시한 힘에 조덕배 일당은 모두 차가운 우물바닥에 드러누운 신세가 되었다. 그들을 모두 제압한 뒤 호동과 김개남 장군도 재빨리 우물 위로 올라왔다. 오동단과 5대 장군들은 조덕배 일당이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도록 힘을 합쳐 산성에 있던 커다란 돌을 옮겨와 우물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남원 교룡산성에서 첫 번째 조각을 손에 넣은 5대 장군과 오동단은 다음 조각을 찾기 위해 지나가던 트럭의 짐칸에 얻어 타고 덜컹대는 길을 지나 백산으로 향했다. 전봉준 장군은 백산으로 가는 내내 사발통문 조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태일은 전봉준 장군에게 물었다. “장군님, 뭐라고 적혀있는 건가요?”전봉준 장군이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부정한 권력에 맞서 우리와 함께 뜻을 모았던 이들의 이름이란다. 모두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싸웠건만……. 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구나.” 다른 장군들도 그들을 떠올리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부안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려 백산을 찾아가던 중 누군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요동을 쳤다. 호동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배고파 죽겠다아~! 점심 먹을 때도 한참 지났다구!” 명석이도 배가 고픈지 일행들을 둘러보며 얘기했다. “뭘 좀 먹는 게 좋겠어. 이대로는 사발통문을 다 찾기도 전에 배고파서 쓰러지고 말거야. 에디와 내가 근처에서 가게를 찾아볼게.” 에디와 명석이가 가게를 찾아가고 묵묵히 있던 손화중 장군과 최경선 장군이 그 뒤를 따랐다.
근처 가게에서 빵과 우유를 한가득 구입한 에디와 명석은 일행이 있던 곳을 찾아가다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여기가 어디지? 아까 있던 곳을 못 찾겠어.”울상이 된 명석이에게 손화중 장군이 말했다. “이쪽이다. 따라와라.” 손화중 장군의 뒤를 따라 명석이와 에디 일행은 백산을 찾아 걸어갔다. “장군님은 어떻게 길을 훤히 아세요?” 명석이가 손화중 장군이 길을 척척 찾아내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며 물었다. 손화중 장군은 앞을 보고 걸으며 대답했다. “산 주변의 모습은 모두 변해 버렸지만, 길만큼은 아직도 생생하구나. 백산은 우리들이 부정한 권력에 대항할 뜻을 모아 집결하던 곳이란다. 그 날 수많은 농민군들이 모여들어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 손화중 장군이 눈을 감고 그 날을 회상했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