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새겨진 혁명의 기록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학예연구사 조한빛

전시관 입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하 기념재단)은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여 2024년 11월 5일 <세계에 새겨진 혁명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막하였다. 2024년 11월 5일부터 2025년 4월 13일까지 동학농민혁명기념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가유산청의 세계기록유산 홍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북특별자치도와 정읍시가 함께 주최하였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그 속에 담긴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기념재단을 비롯하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 여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총 40여 점의 기록물을 전시하였다.
총 4부로 나누어 전시하였으며, 1부 ‘변화와 개혁의 기록 – 평등한 세상을 꿈꾸다’, 2부 ‘협치와 상생의 기록 – 집강소를 세우다’, 3부 ‘자주와 항전의 기록 – 외세의 침략에 맞서다’, 4부 ‘정의와 인권의 기록 –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다’와 함께 프롤로그, 에필로그, 아카이브 존, 교육체험 존 등으로 구성하였다. 기존 상설전시가 동학농민혁명의 전개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특별전에서는 인간 존중과 평등, 민주, 정의, 인권, 자주, 평화 등 기록물에 내포된 소중한 핵심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
ㅇ 프롤로그 – 혁명의 기록을 세계에 새기다

■프롤로그_혁명의 기록을 세계에 새기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 
1992년 보스니아 내전 중 발생한 국립도서관 파괴 사건을 계기로 기록유산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유네스코는 기록유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효과적인 보존 수단을 찾기 위한 대책으로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사업을 시작하였다. 인류의 다양한 기억을 보호하고 세계인이 공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사업의 주요 목적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록유산의 적절한 보존, 접근성 강화, 기록유산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 증진이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진정성·독창성 및 대체불가성·세계적 중요성을 지녀야 한다. 즉, 본질과 유래가 정확한 진품이자, 특정 시대 및 지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훼손될 경우, 인류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만큼 중요한 유산이어야 한다.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총 18건으로,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산이 포함되어 있으며,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2023년 5월에 등재가 되었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1894년부터 1895년까지 전개된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총 185건의 문서를 말한다. 여기에는 동학농민군이 작성한 문서, 정부 보고서, 개인 일기와 문집 등이 있는데, 기록 주체에 따라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및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등재를 위한 추진위원회가 2015년 출범한 이래 약 8년이 소요되었다. 국내 등재 후보 대상에서 제외되어 다시 신청서를 제출(2017)하기도 하고, 유네스코 측의 사정(제도 개선 2018~2021)으로 3년여간 심사 논의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민주·평등·인권 등을 향한 기억의 저장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이는 동학농민혁명이 세계사적인 사건이자,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전 인류가 공유하며 지켜내야 할 소중한 기록유산이 된 것임을 의미한다.
ㅇ 1부 변화와 개혁의 기록 – 평등한 세상을 꿈꾸다

 ■1부 전시_변화와 개혁의 기록 

■사발통문沙鉢通文 | 1900년대 | 42×30㎝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
조선 후기 봉건적 사회질서 아래 여러 주체가 각각의 관점으로 시대의 위기를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혼란스러운 국내외 정세 속에서 신분과 빈부 등의 차이에 따라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거듭되는 지배층의 수탈과 외세의 침투로 인하여 날이 갈수록 농민들의 피해는 극심해졌다. 고조되는 사회의 모순과 의식의 성장은 소극적 저항을 넘어 보다 적극적 저항인 농민봉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이념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움직임은 전근대적 봉건주의 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ㅇ 2부 협치와 상생의 기록 – 집강소를 세우다

■2부 전시_협치와 상생의 기록  
조선 정부의 요청으로 청나라가 군대를 파견하자, 일본도 재빨리 거류민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군대를 보냈다. 전주성을 점령하고 있던 동학농민군은 조선 영토가 청일 양국의 전쟁터가 될 위기에 대응하여 정부와 ‘전주화약’을 맺었다.
그러나 일본은 경복궁을 무단 점령하고, 청일전쟁을 도발하였다. 동학농민군 총대장 전봉준과 전라감사 김학진은 국가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관민상화(官民相和)’에 합의하고, 전라도 53개 군현에 집강소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집강소라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여 협치와 상생을 도모한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거버넌스는 신선한 민주주의 실험으로,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사례였다.
*거버넌스(Governance):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ㅇ 3부 자주와 항전의 기록 – 외세의 침략에 맞서다

■3부 전시_자주와 항전의 기록
경복궁 무단 점령과 청일전쟁 개전, 내정간섭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 속에서 일본의 침략 의도는 점차 노골화되었다. 이에 동학농민군 지도부는 일본의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반일 투쟁’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재기포를 결심한 전봉준은 9월 초에 삼례에 대도소를 설치하고 동학농민군을 재조직하였다. 곧이어 동학교단의 총기포령 이후 10월에 동시다발적으로 북상하기 시작하였다. 충청도·강원도·경기도·경상도 등 전국의 수많은 동학농민군이 자주와 자립을 위한 항전에 동참한 것이다.
하지만 우세한 화력으로 무장한 일본군과 맞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관군과 관료들이 일본군에 협조하여 동학농민군을 탄압하는 골육상전의 비극이 연출되었다. 당시 일본의 침략에 대한 인식과 시국관 등은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다.
ㅇ 4부 정의와 인권의 기록 –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다

■4부 전시_정의와 인권의 기록
‘정의’는 곧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이다.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정당한 길인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들이 보여준 민주적 질서의 가능성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또한 그때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인 ‘인권’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였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은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지향하며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제도의 철폐를 요구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은 일본군 및 관군의 진압에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뜻과 정신은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이념적 뿌리가 되었다.
ㅇ 에필로그 – 혁명의 기록을 마음에 되새기다

■ 자유 ·평등· 인권의 가치가 담긴 세계기록유산 

■ 아카이브 존

■ 교육체험 존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속에 있던 인간 존중과 평등, 민주, 정의, 인권, 자주, 평화 등의 가치가 빛을 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고통이 뒤따랐다. 오랜 기간 동학농민혁명은 반란으로 평가되어 그 기록물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였고, 동학농민군 후손들도 역적의 자식으로 몰려 관련 기록물을 없애거나 깊이 숨겨 놓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속에 숨겨진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30년에 걸친 기록 투쟁, 더 나아가 기억 전쟁의 승리이다. 그 결과 ‘동학난’은 ‘동학농민혁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185건의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되었다.
그런 만큼 이번 특별전이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이자, 동학농민혁명기록물에 담긴 소중한 가치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