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특별전 / 동학농민혁명, 민족운동으로 꽃피우다

박아영 | 기념재단 학예연구사

  지난 5월 12일 동학농민혁명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동학농민혁명, 민족운동으로 꽃피우다’를 주제로 동학농민혁명이 한국 근현대 민족민주운동의 백두대간임을 조명한 특별전을 개막하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낡은 봉건체제를 개혁하고 일제의 불법적인 국권침탈을 막고자 일어섰던 동학농민혁명의 구국애민 정신을 확인하고, ‘사람이 하늘이다’는 갑오선열의 차원 높은 인본주의 정신이 곧 동아시아 근대 민주주의 뿌리라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백범의 생애에 나타난 동학농민혁명과 민족운동의 연관성

  백범 김구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19세의 나이로 황해도 해주에서 동학접주로 활약하였다. 그가 남긴 「백범일지」에 “동학농민혁명이 실패로 막을 내리자, 이 항일의지를 독립운동으로 옮겼다”라는 구절이 있다. 백범 김구의 독립운동이 동학농민혁명의 연장선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동학농민혁명과 민족운동에 한평생을 바친 인물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중 백범 김구 이외에도 수많은 동학농민군이 민족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 대표적 인물로 유태홍(柳泰洪 1867~1950)과 김영원(金榮遠 1851~1919), 손병희(孫秉熙 1861~1922)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 유태홍은 1892년 11월 삼례에서 개최된 교조신원운동 때 전봉준과 함께 전라감영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어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전라도 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한 그는 1919년 3·1운동과 1920년대 신간회 활동을 통해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다.

■ 동학농민혁명과 민족운동에 참여한 일가(一家)

  대를 이어 동학농민혁명과 항일 민족운동에 나선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전라도 남원의 김홍기, 충청도 태안의 문장로 일가를 들 수 있다.

  김홍기(金洪基 1856~1895)는 1889년 동학에 입도하여 임실, 진안, 장수, 무주 등지에서 포교활동을 했으며, 동학농민혁명에도 적극 참여했다가 체포·처형되었다. 그의 차남 김종환은 3·1운동과 무인멸왜운동 등에 참여했으며, 그의 손자 김학연도 구국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문장로(文章魯 1846~1919)는 1893년 장남 문구석과 함께 동학에 입도하였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는 충청도 태인관아점령, 신례원전투와 홍주성전투에 참여하였다. 동학농민군이 패배하고 문장로는 산으로 피신하고, 그의 장남 문구석이 대신 자진·체포되어 처형당했다. 이후 차남 문병석 3·1운동 주도 등으로 항일운동의 맥을 이었고, 그의 아들 문원덕은 애국계몽운동 등에 일생을 바쳤다.

■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원(始原), 동학농민혁명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해방 후 민족분단과 세계사적 차원에서 동서냉전체제가 구축되면서 출현한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 되살아났다. 일제강점기 반일독립운동의 정신적 자양분이었던 동학농민혁명 정신이 독재정권시기 4·19혁명(1960년), 5·1 8 민 주 화 운 동 (1980년), 6·10 민 주 화 운 동(1987년) 등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