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 30호
강원도, 홍천·강릉·평창지역 유적지를 찾아서
강원도, 홍천·강릉·평창지역 유적지를 찾아서
문병학 | 기념재단 기념사업부장
동학농민군이 전라도 수부(首府) 전주성을 함락(1894. 4. 27.)하고 전라도 전역에 집강소를 설치하여 폐정개혁에 착수했던 여름부터 전국 각지에서 농민군 활동이 활발해졌다. 전라도에서는 김개남 휘하 농민군 5~6만 명이 남원대회를 열었고, 충청도에서도 농민군이 공주 감영을 점거했다가 물러나 충청감영군과 대치하였다. 경상도에서도 산청과 고성, 울산, 김해, 진해 등 60여 지역에서 봉기하였고, 일본군에 대한 투쟁도 활발해졌다. 경기도에서도 9월초 안성, 죽산, 여주, 광주, 파주 등지에서 농민군이 봉기하였고, 수원과 안성을 점령하기도 했다. 황해도 해주에서는 10월초 동학농민군이 농기하여 해주성을 점령 1개월가량 주둔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전국에서 반봉건, 반일항쟁이 거세게 타오르던 8월부터 강원도에서도 동학농민군 활동이 본격화되었다.
강릉 관아
복원된 강릉관아 전경
▣ 국보 51호
▣ 강원도 강릉시 용강동 58-1
강릉관아는 갑오년 당시 동학농민군이 점령하여 폐정개혁을 실시했던 장소이다. 현재 국보 제51호로 지정된 객사문 주변으로 관아가 복원되어 있다. 강원지역의 동학농민군 활동은 크게 두 개의 권역으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권역은 충청, 경상도 지역과 일정한 연계가 있었던 평창·정선·영월·강릉지역이고, 두 번째 권역은 홍천과 그 주변 지역이다. 1894년 여름 원주·영월·평창·정선지역에서 동학농민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8월 20일경에는 평창의 오덕보가 강릉부 연곡·신리면 등지에서 세력을 결집하여 강릉부를 압박하였다. 이들은 9월 초순 강릉부로 진격하여 9월 4일 강릉부를 점령하였으나 이회원(李會元)이 지주와 이서배 등으로 구성한 민보군에게 야간에 기습을 받고 9월 7일 강릉부에서 밀려나 대관령을 넘어 평창 쪽으로 퇴각하였다.
강원도에 동학이 처음 전파된 것은 1863년 12월 10일 수운 최제우 체포 때 함께 붙잡혔던 이경화가 1964년 3월 정배지 영월 소밀원으로 들어와 포교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후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1869년 3월 양양지역에서 포교하였고, 1871년 영해농민항쟁(이필제난)이 일어나 경상도 북부지역의 동학 조직이 와해되자 영월·정선·인제 등지를 오가며 포교활동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1880년 5월 인제 갑둔리에서 『동경대전』, 1881년 인제 천동에서 『용담유사』를 간행하기도 했다. 이런 바탕이 있었기에 1893년 3월 충청도 보은에서 열린 보은취회 때 관동대접주 이원팔과 200여 명의 원주접 동학교도들이 참가할 수 있었다.
강릉 선교장
강릉 선교장 (이희원이 기거하면서 민보군을 조정한 곳)
▣ 중요민속자료 제5호
▣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431
강릉관아를 점령한 동학농민군을 공격하기 위해 민보군을 조직하고 이들을 지휘했던 이회원의 집이다. 이회원이 살았던 선교장은 갑오년 당시 그 자리에 잘 보존되어 있다. 1703년 건립된 이 건물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으로 평가·인정되어 중요민속자료로 지정(1965)되었다.
홍천군, 장야평전적지
장야평전적지 (장야평 전투가 벌어진 골짜기 입구)
▣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산 145-1(전투지)
이곳 장평리는 1894년 10월 21일 홍천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차기석 휘하 동학농민군이 맹영재 민보군과 격전을 벌였던 장야평전적지이다. 이 전투에서 동학농민군은 사인순(史仁淳) 등 30여 명의 희생자를 내고 솔치재를 넘어 서석으로 후퇴하였다.
홍천지역의 동학농민군 활동은 1894년 9월부터 활발해졌다. 9월말 강릉·양양·원주·횡성·홍천 등에서 활동하던 차기석(車箕錫) 휘하 동학농민군 1천여 명이 홍천군 내면에서 봉기하였다. 10월에는 13일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에 있는 동창(東倉)을 불태웠고, 강릉부 좌운으로 옮겨 활동하던 농민군이 21일에는 맹영재의 민보군과 장야평에서 전투를 벌였다. 이 전투에서 농민군 30여 명이 희생되어 서석으로 후퇴하였고, 10월 22일 서석면 풍암리 자작고개에서 다시 전투를 벌였으나 800여 명의 희생자를 내는 등 크게 패하였다. 이후 내면으로 후퇴한 차기석은 양양·간성(干城) 등지에서 농민군과 합세하여 활동을 하다가 11월 11일부터 14일 사이 계방산과 오대산 자락의 자운·흥정·원당리 약수포 등지에서 관군과 일본군 연합부대의 공격을 받아 주요 지도자들이 체포되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활동을 멈추었다.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 동창(기미만세공원)
물걸리 기미만세운동비 (홍천군 서석면 물걸리)
▣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 591, 594-3, 595
이곳은 9월말 봉기한 차기석 휘하의 동학농민군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곳이다. 1991년 조성된 기미만세공원에 ‘물걸리기미만세운동기념비’(1996) 세워져 있는데 그 비문에 홍천지역 동학농민군 집결한 곳임을 알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동학혁명군위령탑 / 풍암리 자작고개
동학혁명군위령탑
동학정 (위령탑 옆에 세워진 정자) 위령탑 앞 (자작고개 노래비)
▣ 강원도 기념물 제25호
▣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풍암리 505-11번지
이곳은 1894년 갑오년 강원도 지역에서 가장 큰 전투인 ‘자작고개전투’가 벌어진 장소이다. 1976년 새마을사업 일환으로 자작고개에 도로를 개설할 때 많은 유해가 발견되어 지역주민들이 농민군의 넋을 위무하고자 발견된 유해를 묻고 위령탑(1977)을 건립하였다.
1894년 9월 전라도에서 2차 봉기가 단행되자 강원도에서도 강릉, 양양, 원주, 횡성, 홍천 등지에서 활동하던 차기석(車箕錫)과 박종백(朴鍾伯) 휘하 동학농민군 1천여 명이 봉기하여 남하(南下)하려 했다. 이를 맹영재 민보군이 저지하자 동학농민군은 10월 13일 내촌면 물걸리로 들어와 동창(東倉)을 불태우고, 강릉 쪽으로 이동하여 운지(雲地)에 머물렀다. 이후 동학농민군과 민보군은 10월 21일 장야평에서 전투를 벌여 사인순(史仁淳) 등 농민군 30여 명이 전사하였고, 22일과 23일에는 자작고개 일대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이 전투에서 신식무기로 무장한 맹영재 민보군에게 동학농민군 800여 명이 희생되었다.
평창군 봉평면 사리평전적지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원길리 767-1, 767-2, 773, 774번지 일대.
이곳은 1894년 10월 말경 동학농민군과 포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민보군이 전투를 벌인 곳이다. 9월로 들어서면서 홍천의 차기석 휘하 윤태열이 농민군을 모아 도소를 설치하고 활동을 본격화하자 강릉부사 이회원(李會源)는 중군(中軍) 출신 이진석(李震錫)에게 농민군을 진압하라고 명하였다. 이에 이진석은 관군과 민보군 150명을 지휘하여 10월 22일 봉평에 있는 동학농민군을 공격하였다. 이 전투에서 농민군 지도자 윤태열 등이 체포되고 농민군 7명이 살해당했다.
평창군 후평리전적지
후평리전적지 (평창읍 쪽에서 바라본 후평리 일대)
▣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후평리 일대
이곳은 1894년 11월 동학농민군과 일본군·관군·민보군 연합부대가 전투를 벌인 곳이다. 평창지역에서 동학농민군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다른 강원도 지역과 마찬가지로 1894년 여름부터이다. 제천·청주 등지에서 들어온 농민군과 정선·영월지역의 농민군이 합세하여 9월 4일 강릉부를 점령했던 동학농민군은 평창·정선 일대에서 기세를 올렸으나 11월로 접어들어 원주 순영의 중군과 일본군 공격으로 기세가 꺾였으며, 평창지역 동학농민군은 11월 5일 이시모리(石森) 대위가 이끄는 일본군 2개 중대와 2시간이 넘게 전투를 벌였으나 무기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선 쪽으로 후퇴하였다.
참고자료
• 표영삼, 『동학·1 –수운의 삶과 생각』, 통나무, 2004.
• 박준성, 「1894년 강원도 농민군의 활동과 반농민군의 대응」, 『동학농민혁명의 지역적 전개와 사회변동』, 새길신서 43,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편, 1995.
• 박맹수, 「최시형 연구」 주요활동과 사상을 중심으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1996.
• 『동학농민혁명사 일지』, 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2006.
•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및 기념시설물 현황조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2011.
• 『강원도 홍천의 동학농민혁명』, 동학학회 제38차 추계 학술대회 자료집, 2015.
• 「동비토론」(東匪討論), 『동학농민혁명 국역총서·4』, 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2007.
• 「임영토비소록」(臨瀛討匪小錄), 『동학농민혁명 국역총서·4』, 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2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