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사발통문 거사계획에 참여하다

참여자 황홍모의 증손 황창호

문) 황창호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답) 네, 저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황홍모의 증손 황창호입니다. 현재 부안군청 재무과에 소속되어있으며, 전국 공무원 노동조합 전라북도본부 부안군 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문) 현재 노동조합 지부장을 맡고 계신 것도 증조부님의 정신을 이어 받으신 것이라 볼 수 있을까요?

답) 그렇게 맥이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증조부님의 핏줄을 이어받고 태어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고 말이죠. 그러나 증조부님께서 하셨던 일은 한 마디로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비해 제가 하는 일은 아주 미비한 것입니다.

문) 황홍모 증조부님에 대해 어떤 분께서 말씀해주셨습니까?

답) 지금은 이장했지만 제가 어릴 때는 증조부님의 산소가 사발통문 작성지가 있는 고부면 신중리 주산마을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성묘를 갈 때마다 집안 어르신들이 동학혁명모의탑에 꼭 들러서 네 증조부께서 사발통문에 서명하시고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셨다고 항상 말씀해 주셨습니다. 탑에 새겨진 사발통문 서명부분을 보면 실제로 증조부님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어린 마음에도 내심 뿌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발통문 중 황홍모 서명

문) 황홍모 증조부께서는 어떻게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게 되셨습니까?

답) 증조부께서 동학농민혁명 당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정확히 알고계시는 분들이 주위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동학농민혁명의 명예회복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단순한 난으로 취급되었기에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셨고 사발통문에 서명하셨다는 내용 이상은 누구도 알려고도, 누구에게 알려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안타깝게도 증조부님께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제가 현재 증조부님의 활동 대해 알고 있는 사항은 예전 보훈처에서 발행했던 자료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그 자료에는 사발통문에 서명했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20인의 활동상황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증조부께서 백산대회에 종군장으로 참여하셨다는 사실을 해당 자료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 자료를 보관하고 계시던 분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현재는 그것이 어떤 자료였는지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문) 증조부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답) 1894년 당시 동학농민혁명 재봉기에 참여하셔서 11월에 한양을 향해 진군하시던 중 체포되셨으며, 나주로 압송되어 처형당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항도 앞서 말씀드린 보훈처에서 발행한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들은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문) 증조부님의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사실로 인해 집안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계신가요?

답) 저희 조부께서 장가를 들고 부친의 출산을 앞둔 시기에 증조부께서 세상을 뜨신 충격으로 일찍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후손은 역적의 후손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주변의 멸시나 차별 등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조모께서 홀로되신 후 현재의 친가에서 부안으로 조모님을 모셔오게 되었고, 그때부터 부안 주산면 종산마을에서 살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문)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조사에 대해 어떻게 접하고 신청하게 되셨습니까?

답) 증조부님께서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셨다는 사실만 알고 지내오던 중 동학농민혁명 특별법이 제정되고 참여자 유족 등록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해당사실을 모르고 지내던 중 정읍에서 전화가 와 동학농민혁명참여자 유족이 맞는지 물어보시고 등록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증손까지 등록이 가능하다고 해 저만 신청했었는데, 이후에는 고손까지 대상이 확대되어 저의 아래 세대까지 모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문) 조부님께서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셨던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답) 후손으로서 증조부께서 당시 사발통문 서명자 20인 중에 한 분이라는 사실에 대해 당시에도 우리 증조부께서 정의로운 사고를 가지고 사셨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현시대에도 그런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그런 결정을 하신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답) 재단에서 항상 열심히 노력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동학농민혁명 관련 사업이 더 활성화 되고, 모든 국민들이 참여해 기념할 수 있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이 어느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라북도에서, 넓게는 전국에서 일어난 혁명이었음을 모두가 인식하고 전 국가적으로 크게 부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