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고 했던가. 갑오년,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동학농민군이었지만 실패로 막을 내렸기에 그들의 진의는 세상에 드러나지 못한 채 묻히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1950년대까지 갑오년의 역사를 부르는 명칭은 동학‘란亂’이었다. 이 단어에는 농민군 측의 입장이나 사건의 전말 등은 전혀 담겨있지 않고, 오로지 승자의 시선만이 존재하였습니다.
이렇듯 과거 수 십 년간 평가절하 되었던 갑오년의 역사는 오늘날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숨 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명칭의 변화가 아닌, 우리 사회와 대국민 인식 등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의 대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요.
전시 ‘동학농민혁명, 기억과 기념의 역사’는 189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란’이라는 오명을 벗고, ‘혁명’으로 재평가되기까지 큰 역할을 해온 기념사업의 면면을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 속에 동학‘란’으로 뿌리내린 인식을 바꾸는 일은 또 하나의 혁명이라 할 만큼 험난하고 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1894년 직후에는 농민군 진압에 앞장선 인물들의 공적비가 전국에 생겨났고, 1900년대 중후반 즈음 동학농민혁명이 정치에 이용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전국 곳곳, 사회 각계각층에서 피땀 어린 기념활동이 꾸준히 이어졌고, 마침내 2004년 동학농민혁명참여자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과 2019년 국가기념일 제정을 이끌어 내며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전시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낸 지난 100여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향후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100년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